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류큘앙리] 고해성사(上)

 

원작파괴주의
시공간파괴주의
설정오류주의

신성모독주의

*독실한 기독교인, (특히) 크리스천인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제발....

Wrirten by. 玄月

 

빗줄기가 몰아치고 있는 어두운 밤. 조그마한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한 성당 안은 으스스한 분위기로 가득찼다. 이런 분위기를 뚫고 한 청년이 성당 안에 들어섰다.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검은 수단을 깔끔하게 입고 갈색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다름 아닌 이 성당의 신부, 앙리 뒤프레였다. 오늘의 정리를 담당하는 어린 견습 수도사들이 성당 대강당의 무서움을 이기지 못하고 복도에서 울먹이고 있는 것을 본 앙리는 그저 웃으며 그들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직접 정리를 하러 나온 것이었다. 하긴 본인도 어릴 때는 비오는 날 밤 대성당 정리가 그토록 싫었었다. 어둡고 무섭고 하필 이런 날이면 동기들과 나누었던 괴담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게 덜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겨우 정리하고 도망치듯 방으로 뛰어들어갔었다. 하지만 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두려움도 조금씩 작아지는지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하며 앙리는 천천히 성당을 정리하였다. 최소한의 불만을 남겨두고 앙리는 십자가가 가장 잘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목에 걸고 있는 로자리오를 쥐고 십자성호를 그었다. 지극히 거룩하신 매괴의 여왕이여, 내 어머니 마리아여 찬미 받으소서...
앙리는 꽤나 오랫동안 기도를 올리고나서야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성당을 돌아보고 사제실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 순간, 천둥번개가 내려치고 성당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검은 망토를 입은 사람이 들어왔다. 어찌나 깊게 망토두건을 눌러섰는지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비에 완전히 푹젖은 검은 망토는 물을 뚝뚝 흘리며 성당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앙리는 사내의 등장에 놀랐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워낙에 작고 소박한 마을인지라 늦은 밤까지 사람이 돌아다니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고급품을 볼 일이 없는 앙리의 눈에도 비에 젖은 망토가 꽤나 좋은 옷감으로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싼 옷을 입고다닐 만한 사람 또한 없었기에 앙리는 이 사람이 이방인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앙리는 촛불을 들고 천천히 이방인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형제님. 이 늦은 시간에 밤을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답니다."
".....이 성당의 신부님이십니까?"

사내는 낮게 읇조렸다. 싸늘한 기가 느껴지는 목소리였지만 앙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제게 용건이 있으신가요?"
"고해성사를 하고 싶습니다.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그럼 이쪽으로..."

앙리가 고해소로 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이방인이 덥썩 앙리의 손목을 잡았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냉기와 악력에 앙리는 오싹해져서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너무 태연하게 있는 사내의 모습에 앙리는 머쓱해졌다. 그러나 냉기와 악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사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고해소 말고 여기서 고해성사를 해도 되겠습니까, 신부님?"
"......물론입니다."

냉기에 입이 얼었는지 대답이 느렸지만 앙리 또한 태연하게 아까 기도를 드렸던 자리에 사내를 앉히고 그 앞에 성경을 내려놓고 바로 그 앞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뒤에서 사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는 앙리의 옆자리를 앉았다. 고해성사를 할 때는 사람들이 자신의 옆에 앉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를 자신의 뒤에 앉혔건만 자신의 옆에 앉는 사내의 모습에 앙리는 의아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앙리가 의아해하는 사이 사내가 먼저 천천히 운을 뗐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굳게 믿으며 그동안 죄를 뉘우치고 사실대로 고백하십시오."
"오늘 사람을 죽였습니다."

너무나 태연한 사내의 말에 앙리는 움찔거리며 처음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금방 침착함을 되찾고 말을 이었다.

"왜 죽이셨습니까?"
"항상 바라보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름답게 웃고 밝은 햇살과 같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가 너무나 가지고 싶었지만 햇빛 아래 살 수 없는 제 몸뚱이 때문에 항상 멀리서 지켜보고 달이 떠오르면 성을 나와 그가 자는 모습을 볼 뿐이었습니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면 될 줄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너무 갖고 싶었기에 성 근처를 지나던 그 사람을 닮은 방랑자를 데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껍데기만 닮은 놈이었지요. 그래서 그냥 죽여버렸습니다. 마침 배도 고프고해서... 그 자리에서 목을 물고 피를 빨아먹고 죽여버렸지요."

오 하느님... 앙리는 침을 삼켰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이 마을의 신부가 되고 처음으로 듣는 살인에 대한 고해성사였다. 마을사람들이 하는 고해성사는 주로 거짓말에 대한 고해성사였다. 이웃을 속였다는 둥,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였다는 둥 그런 종류의 고해성사만 듣다가 가끔 절도에 대한 고해성사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태연하게 사람을 죽였으니 그 죄를 용서받고 싶다고 이렇게 찾아왔다. 아무리 신께서 모든 걸 용서하실지라도 살인만큼은 쉽게 용서할 수가 없는 죄였다. 어떻게 단지 가지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고 그를 닮은 사람을 끌고와서 피를 빨고 죽일 수가...... 피를 빨아? 앙리의 동요를 눈치챘는지 사내는 조용히 미소를 짓고 천천히 두건을 벗었다. 사내는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고 경직된 앙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놈의 피를 빨면 갈증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 그런데 전혀 그렇지가 않더군.  피를 빨면 빨수록 진짜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결국 이 빗속을 뚫고 마을로 내려왔어. 그리고 이렇게 옆에서 이야기를 해보니까 더욱 확실해지는거야.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앙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짙은 밤과 같은 어두운 흑발, 창백하기 그지 없는 하얀 피부, 그리고 그 흑백 속에 핏빛의 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보며 호를 그리고 웃고 있었다.

"오늘 밤 내가 또다른 죄를 지을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사내는 앙리의 목을 잡고 그대로 의자에 찍어눌렀다. 강한 압력에 컥하고 숨을 내뱉은 앙리는 사내의 팔을 떨어뜨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사내는 웃으며 앙리를 내려다보다가 쯧하고 혀를 찼다.

"여기는 너무 어둡군."

그리고 한 손으로 앙리를 끌고 제대 위에 내동댕이쳤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등이 제대에 부딪쳤다. 등을 울리는 고통에 앙리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디 위에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 너무 놀라 급히 내려가려했지만 앙리의 목을 조르는 사내의 손이 훨씬 빨랐다.

"제 고해성사는 아직 덜 끝났는데 어디를 가시려고 하십니까, 신부님?"
"그... 그만...."

앙리는 몸부림을 쳤지만 사내는 마치 어린아이의 손목을 꺾는 것마냥 한 손으로 앙리의 두 손을 휘어잡고 앙리의 머리 위로 찍어눌렀다. 신성한 제대에 올라왔다는 죄책감과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혼동이 앙리의 머릿속을 채웠다. 그러나 그런 앙리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태연하게 앙리의 허리를 타는 사내의 모습에 앙리는 식겁했다. 앙리의 턱을 잡고 억지로 눈을 맞추며 사내는 말을 이었다.

"정말 신 따위에게 주기에는 너무나 탐나는 사내란 말이야."
"무슨... 짓을?"
"무슨 짓?"

사내는 킬킬거리며 앙리의 뺨을 쓰다듬었다. 뺨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퍽 마음에 들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당신도 잘 알텐데?"
"무슨?..."
"이런 고운 선을 가지고도 아직 동정이란 말이야? 의왼데... 수도사들이 이정도 외모의 사내를 그냥 내버려둘 줄이야. 아니면, 옛날과 달리 수도사들이 조금은 덜 문란해진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말에 앙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계속 발버둥을 쳤지만 사내는 마치 돌같이 그저 가만히 앙리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먹이를 앞둔 짐승과 같은 사내의 눈빛에 앙리는 몸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절대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사내가 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분명 못볼 꼴을 당할 것 같은 직감에 앙리는 있는 힘껏 몸부림을 쳤다.

"이것... 놓으십쇼!"
"왠만하면 그만 두는 게 좋을텐데?"
"제발!"
"나야 당신이 완전히 힘빠지면 고마울 뿐이지."

꼼짝도 하지 않는 사내의 모습에 앙리의 호흡만 거칠어졌다. 그리고 더이상 몸부림칠 힘도 남아있지 않는 것 같았다. 헉헉거리는 앙리의 모습에 사내는 피식하고 웃으며 천천히 손을 뻗어 로만칼라를 문질렀다.

"로만칼라의 의미가 정결과 신에 대한 순명이라죠?"

그리고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로만칼라를 뜯어내버렸다.

"이제 그 정결과 순명을 나한테 바치면 돼."

그리고 앙리의 목에 걸린 로자리오를 벗기고 뒤집어보았다.

"앙리 뒤프레라... 오늘 처음 신부님의 이름을 알게 되는군요. 처음 만난 상대방에게 자기소개쯤은 해야되겠죠?"

그리고는 결박된 손을 억지로 끌고와 손등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제게 이름따위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드라큘라 백작이라고 부른다지요?"

사내의 말에 앙리의 눈이 크게 떨렸다. 흡혈귀! 어릴 때는 그저 전설로만 내려오는 악귀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존재가 눈 앞에 나타나 자신을 욕보인다는 사실에 앙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악마에게 모든 걸 빼앗기는 듯해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그저 이 순간이 꿈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앙리의 눈물을 혀로 핥아내고 드라큘라 백작은 앙리의 손에 앙리의 로자리오를 쥐어주며 다시 손등에 키스를 하였다.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는 마세요, 신부님. 당신의 로자리오를 빼앗지는 않을터이니."

그리고 다시 강하게 앙리의 두 손을 제대에 찍어누르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난 지금 널 가질테니까. 당신에게 기도만이 유일한 희망일테니 로자리오나 붙들고 열심히 빌어보라고."

그리고 억지로 앙리의 입을 벌렸다. 차갑기 그지 없는 몸과 달리 입 속에 들어오는 백작의 혀가 너무나 뜨거워 그 이질감에 앙리는 몸을 비틀었다. 도망가려는 앙리의 혀를 기어이 잡아 빨아들이고 휘감으며 희롱하는 백작의 모습에 앙리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백작의 손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저 로자리오만을 붙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제 욕심대로 앙리의 숨을 빼앗던 백작이 입술을 떼고 씩하고 웃었다. 마치 장난치는 악동과도 같은 표정에 앙리는 등 뒤에서 소름이 돋았다.

"자... 아직 제 고해성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계속해도 되겠지요?"

백작의 손이 천천히 찢어진 로만칼라의 틈을 통해 들어와 앙리를 가슴을 쓸었다. 그에 앙리는 숨을 들이키며 로자리오를 부여잡았다.
예수여 우리 죄를 용서하시며, 우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

 

여기까지 읽으신 이웃님들 중에서 독실한 기독교인, 크리스천인들은 없으시죠??ㄷㄷㄷㄷㄷ

없으셔야 합니다.ㄷㄷㄷㄷㄷ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무교와 기독교의 중간에 서있는 사람인지라 쓰면서도 와... 나 이러다 지옥불에 떨어질 듯을 수십 번 되뇌이면서 썼어요.ㄷㄷㄷㄷㄷ

물론 본문에 사용된 기도문이나 복장 등은 모두 크리스천이지만 그래도 신성모독인 것 같아서 지금 뭐랄까... 음... 죄책감이ㄷㄷㄷㄷㄷ

저번에 크리처를 괴롭힐 때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좀 죄책감이 많이 듭니다...ㄷㄷㄷㄷㄷ

 

그래도 류큘은앙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ㅠㅠㅠㅠㅠㅠ

뱀파이어 류큘과 신부 은앙리를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ㅠㅠㅠㅠㅠㅠ

아직 드라큘라가 개막하지 않았으니까 오픈된 류큘 포스트를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습니다.ㅋㅋㅋㅋㅋ

저 위에 쓰여져 있는 기도문도 인터넷을 뒤적뒤적해서 찾은 천주교 기도문입니다.

저녁에 혼자 기도할 때 쓴 기도문이 감사의 기도문, 마지막에 나온 기도문이 구원의 기도문.

기도문이 너무 멋지게 쓰여져 있어서 복붙하는데 죄책감 추가 주문ㄷㄷㄷㄷㄷㄷ

 

'크로스오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이드ts앙리]Dangerous Game 1  (0) 2014.12.19
[토드앙리빅터]Seduction  (0) 2014.12.02
ㄹ큘ㅇ앙&ㄱ큘ㅇ앙  (0) 2014.12.02
[토드주교] 무제  (0) 2014.12.02
[류큘앙리] 고해성사(下)  (0) 2014.12.02
Posted by 0메이0
,

[빅터크리쳐] 폭풍우 몰아치는 밤

 

원작파괴주의
시공간파괴주의
설정오류주의

Wrirten by. 玄月 

 

"빅터!!~~"

빅터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창밖을 보니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며칠 날이 맑기에 잘 넘어가나 싶었더니 이놈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천둥번개를 동반하고 등장하셨다. 목 끝까지 짜증이 차올랐지만 다시 한 번 자신을 부르는 울음섞인 목소리에 급히 지하실로 내려가 문을 열었다.

"앙리!"
"빅터!"

문을 열자마자 체중을 실고 안기는 생명체에 빅터는 문가를 잡고 버텼다. 그런 빅터의 상황은 안중도 없는지 앙리는 엉엉 울며 빅터에게 매달렸다.

"빅터! 왜 지금 와! 무서웠단 말이야!"
"그래그래, 미안해, 앙리."

빅터는 울고있는 앙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밖에서 번쩍이는 번개가 내려쳤고 곧이어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앙리는 더욱 빅터의 품을 파고들었다. 무섭다며 꼼짝도 하지 않는 앙리를 겨우겨우 달래 빅터는 그를 침대로 데려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앙리는 빅터를 놓지 못했다.

"빅터, 가지마. 무섭단 말이야."
"앙리, 괜찮아. 그저 천둥번개일 뿐이야."
"싫어! 밖에서 번쩍거리고 소리가 너무 커서 무섭단 말이야! 가지마, 빅터, 응?"

이리저리 달래도 도리질만치며 빅터를 놓지 않는 앙리의 모습에 빅터는 슬슬 두통이 오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예전에는 살살 구슬리면 훌쩍거리면서도 혼자 잤는데 오늘따라 앙리의 칭얼거림이 심했다. 워낙 참을성도 없는데다가 아이보는 재능도 없는 그인지라 더욱 힘들었다. 앙리의 칭얼거림이 심해지자 결국 빅터는 백기를 들었다.

"그럼 오늘만 같이 자는거다? 다음부터는 혼자 자는거야, 알았지?"

빅터의 말에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밝게 웃으며 응! 이라고 대답하는 앙리의 모습에 빅터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앙리의 침대에 눕자 앙리는 빅터의 품을 파고들었다. 빅터는 그런 앙리를 토닥거리며 바라보았다. 곧바로 잠들지 못했는지 앙리는 눈은 감고 있지만 아직도 천둥소리에 움찔거렸다. 외모는 예전 앙리 뒤프레의 모습이지만 속은 어린아이 그 자체인 그의 모습에 빅터는 한숨만 나왔다. 언제쯤이면 커서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대화할 수 있을까... 점점 상념이 깊어지는데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도 천둥번개를 무서워했었다. 그 때도 자신을 달래준 이는 바로 다름아닌 앙리 뒤프레였다. 


-


성을 흔드는 천둥번개의 소리와 함께 방을 울리는 비명소리에 앙리는 눈을 떴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아직 새벽이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자세히 들어보니 빅터의 목소리였다. 앙리가 다급히 일어나 겉옷만 걸치고 빅터의 방으로 향했다. 빅터의 방을 향하는데도 들리는 비명소리에 앙리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빅터의 방앞에는 이미 룽게가 와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아무도 들어오지 마!! 가라고!"
"이 문만 여시라니까요. 괜찮은지 얼굴만 보면 내려갈테니."
"난 괜찮다고 했잖아!"

방안에서 들려오는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앙리가 룽게에게 물었다.

"룽게, 이게 무슨 일인가요?"
"아니, 앙리. 그게..."

룽게는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하는 사이 천둥번개가 내려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빅터의 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앙리가 문을 두들겼다.

"빅터! 괜찮은가?"

방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앙리는 룽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룽게, 빅터에게 발작증상이 있었습니까?"
"어릴 때부터 있으셨던지라..."
"왜 문을 안열어보십니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자네도 도련님 성격 알잤나? 들어갔다가는 더 난리나실텐데."
"발작 환자는 혼자두면 안됩니다. 책임은 제가 질테니 문 열어주세요, 어서요!"

단호한 표정의 앙리에 룽게는 고민을 하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열쇠로 문을 열었다. 촛불을 건네받고 룽게를 방으로 돌려보낸 뒤 앙리가 천천히 방으로 들어섰다.

"빅터..."
"앙... 리?..."

흠칫하고 침대 위의 인영이 움직였다. 빅터의 위치를 확인한 앙리는 탁자 위에 촛불을 내려두고 천천히 빅터에게 다가갔다.

"그래, 나야 빅터."
"...어떻게 들어온거야?"
"억지로 문을 밖에서 열었네.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미안해."
"...나가..."
"뭐?"
"지금 내 방에서 나가 줘, 앙리 뒤프레."

프랑켄슈타인성에 와서 처음으로 빅터의 입을 통해 듣는 자신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의사로써 친우로써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얼굴만 보고 나가겠네, 그것만 하면 안되겠나?"

아무런 대답이 없는 빅터의 반응에 앙리는 천천히 빅터의 침대에 올라갔다. 그리고 빅터의 팔에 손을 얹었다. 손끝을 통해 빅터가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천천히 빅터의 얼굴을 쓸었다.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빅터의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이제 됐지? 나가."

냉정한 축객령에 앙리는 움찔했지만 여기서 쉽게 물러날 수 없었다.

"빅터... 날 봐주겠나?"

안광이 빛나는 눈이 앙리를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목덜미를 물어뜯을듯한 짐승과 같은 눈에 앙리는 마른침을 삼켰다. 갑자기 천둥번개가 쳤다. 그와 동시에 빅터의 눈이 갈곳을 잃고 이리저리 방황했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피가 날정도로 씹어대는 입에 앙리는 기겁하고 빅터의 얼굴 양옆을 잡았다.

"빅터, 그만하게! 상처가 난다구!"
"상관없어... 상관없어..."
"상관없긴 뭐가 상관없나, 당장 그만둬!"

앙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빅터는 앙리의 손목을 잡았다. 손목을 으스러뜨릴 것 같은 강한 악력에 앙리는 애써 신음소리를 삼켰다. 고통스러워하는 앙리의 표정을 보며 빅터가 음산하게 말했다.

"나가라고, 앙리 뒤프레."
"... 왜 그런지 말할 때까진 못나가네."
"네가 무슨 상관인데? 이건 내 일이야."
"난 의사이자 자네 친구야! 이런 자네를 두고 갈 수 없어!"

그 순간 또다시 천둥번개가 쳤다. 이에 빅터는 앙리의 손목을 내동댕이치듯 놓고 방 안을 돌아다니며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젠장할!! 그만 좀 해!!"

흡사 광인과 같은 빅터의 모습에 앙리는 숨을 들이켰다. 풀린 눈과 비틀거리는 몸이 아슬아슬해보여 앙리가 다가가려고 했다. 그런 앙리의 행동은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을 집어던지는 빅터에 의해 저지되었다.

"다가오지 말라고!!"
"그만두게, 빅터! 이러다가 자네가 다친다고."
"상관하지 마!"

그 순간 빅터가 갑자기 목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온몸을 덜덜 떨었다. 빅터의 심각한 모습에 앙리는 앞뒤 안가리고 빅터에게 달려들었다. 한 손으로 빅터의 코와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 빅터의 머리를 잡았다.

"빅터, 숨 쉬어! 어서!"

갑작스러운 앙리의 행동에 빅터는 몸부림을 치고 손톱으로 앙리의 손등을 긁었다. 생살이 뜯기고 손등을 타고 피가 흘렀지만 앙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빅터, 제발 숨 쉬게! 이러다가 큰일 난다고!"

쉴 틈을 주지 않고 창밖으로 천둥번개가 내려쳤다. 또다시 갈 곳을 잃고 흔들리는 빅터의 눈에 앙리는 빅터를 꽉 끌어안고 그를 다독였다.

"괜찮아, 빅터. 그냥 천둥번개야. 괜찮아..."

앙리는 발버둥치는 빅터를 안은 손을 놓치 않고 연신 괜찮다며 그를 다독였다. 그렇게 얼마나 되뇌었을까...겨우겨우 제대로 숨을 쉬며 빅터는 앙리의 품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

빅터는 누군가에게 두들겨맞은 듯이 쿡쿡 쑤시는 고통에 눈을 떴다. 창밖에는 천둥번개 대신 보슬비만이 내리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고해도 몸이 천근만근만 같아 끙소리를 내며 일어나기를 포기했다.

"빅터, 일어났나?"

빅터는 옆에서 들리는 앙리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그저 눈만 껌뻑거리며 말했다.

"...자네가 왜 여기에?"

빅터의 반응에 앙리는 피식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다행히 정신을 차린 것 같네. 몸은 어떤가?"
"온몸이 쑤셔서 죽겠어. 일어나지도 못하겠네."
"안쓰던 근육을 그렇게 거칠게 썼으니 과부하가 걸릴만도 하지. 도와줄테니 일어나보게."

앙리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앉은 빅터는 끙소리를 냈다. 앙리는 빅터에게 물컵을 건냈다. 아무 생각 없이 물컵을 받아들던 빅터는 앙리의 손에 감긴 붕대를 보더니 덥썩 손목을 잡았다.

"...이게 뭐야?"
"아... 별 거 아닐세."
"별 거 아니긴. 어제까지만 해도..."

순간 빅터의 머릿속에 기억이 스쳤다. 발버둥치며 광인과 같이 행동한 그와, 그 옆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는 앙리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빅터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내가... 그런..건가?"
"이건 상처 축에도 들지 않네. 그러니 신경쓰지 말게."
"이걸 어떻게 신경 안 쓸 수 있어?!"

자괴감 가득한 빅터의 얼굴을 보던 앙리가 빅터 옆에 앉아 말을 이었다.

"자네도 내가 다치니 걱정되나?"
"당연하지!"
"나 역시 마찬가지야. 아까 전처럼 그렇게 이성을 잃고 난리치는 자네를 보던 내가 얼마나 걱정되었는지 알기나 하나? 난 걱정돼 죽겠는데 자네는 나가라고 소리만 치지않나, 다치지 않을지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상황이 역전되어 앙리의 차분한 질책에 빅터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앙리의 손만 보는 빅터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

빅터의 사과에 앙리는 빅터의 손을 토닥였다. 그리고 빅터의 두 손을 잡고 물었다.

"언제부터 이런 증세가 시작됐나?"
"어릴때부터..."
"천둥번개가 무서운 건가?"

창피한건지 빅터의 얼굴이 빨게졌다. 그러나 그는 곧 작게 끄덕였다. 순순히 대답하는 빅터의 모습에 앙리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늘에 죄를 지은 것도 없으면서 천둥번개를 왜그리 무서워하나?"
"무섭다는데 이유가 있나?"
"물론 없지. 그래도 빅터 자네라면 무서울게 없는 줄 알았지."
"그건 무슨 논린가?"

빅터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투덜거렸다. 그러나 앙리의 표정은 썩 좋지않았다.

"근데 단순히 무서워한다는 것치곤 상태가 너무 안좋아."
"원래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멀쩡해졌어."
"시간이 지나면 멀쩡해진다는 사람이 과호흡증세를 보이나?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어."
"그래도 이제까지 잘 지내지 않았나."
"빅터, 솔직하게 말해주게. 자네가 제대로 말할 때까지 이대로 있겠네."
"앙리, 이 이상은 나도 못말하겠어. 미안해."

더 이상 말하는 게 괴로운 듯한 표정의 빅터를 앙리는 안스럽게 보았다. 무엇을 감추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나온다면 더 이상 캐묻는 것도 실례였다. 이에 앙리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알겠네. 더 이상 물어보지는 않겠어. 그렇지만 천둥번개가 칠 때마다 매번 이렇게 놀라고 싶지는 않군. 그러니 천둥번개가 칠 때마다 곁에 있겠네."
"뭐?"
"천둥번개가 칠 때마다 곁에 있어주겠다고. 누가 뭐라하든 난 의사이자 자네 친구야. 친구가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그걸 나몰라라 할만큼 무신경하지도 못하고 이런 자네가 걱정되니까 옆에 있겠네."
"아니... 그럴 것까지야..."
"천둥번개가 칠 때마다 달려와줄테니 문이나 잠그지 말게. 한 번만 더 문을 잠그면 그 땐 진짜 문을 부숴서라도 들어올테니 허튼 짓할 생각말게."

앙리는 그렇게 말하고 싱긋 웃었다. 그리고 앙리의 말은 절대 허언이 아니었다. 갑자기 날씨가 변하면 바로 오기 힘들다며 본인 방을 빅터 옆으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천둥번개가 올 것 같은 날씨같으면 갖은 핑계를 써가며 빅터의 방에 남아있다가 빅터가 완전히 잠들면 그제서야 자리를 떴다. 그러다 초저녁부터 천둥번개가 몰아치면 아예 배게부터 이불까지 싹 다 들고 빅터의 방에 놓고 밤새도록 천둥번개에 힘들어하는 빅터를 안아주고 다독여주었다. 이런 앙리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릴 때부터 도통 나을 기미가 없었던 빅터의 발작 증세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기계가 완성되던 날, 빅터의 발작증세도 모두 낫게 되었다.


-


더이상 천둥번개를 무서워하지 않게 된 빅터는 오히려 천둥번개를 이용하여 생명창조 연구를 계속하게 될 수준까지 나아졌다. 그런 빅터를 보며 앙리는 곧잘 아직도 천둥번개가 무섭냐고 놀렸고 빅터는 더이상 그 떄 시절을 이야기하지 말라며 장난을 치곤 했다. 빅터는 앙리를 바라보았다. 그 때 이렇게 자신을 품어 안고 힘들어하며 자신을 다독여주는 친우는 이제 없었다. 오히려 그 친우는 자신의 품 안에서 천둥번개 소리에 놀라 울부짖으며 자신을 찾았다. 언제쯤이면 너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언제쯤이면 너는 나와 같은 꿈을 가질까... 언제쯤이면 예전처럼 천둥번개에 무서워하던 나를 다독여줄까... 순간 빅터의 눈가가 시큰거렸다. 그리고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떨어졌다. 그 때 따뜻한 손이 빅터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빅터... 왜 울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앙리가 빅터를 쳐다보았다. 이에 놀라 빅터는 서둘러 눈물을 훔치고 말했다.

"앙리, 왜 아직도 안자?"
"잠이 안와서..."
"어서 자야지."
"빅터, 왜 울어? 울지 마."
-빅터, 괜찮아. 울지 마.-

앙리의 말에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천둥번개에 놀라 발작을 일으키며 힘들어하는 나를 항상 너는 이렇게 달래주곤 했었다. 땀을 닦아주고 눈물을 훔쳐주던 그 따뜻한 손길은 이제 예전같지가 않아 더욱 서글퍼졌다. 이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빅터는 앙리의 꽉 품에 안았다.

"빅터, 숨막혀."

숨이 막히는지 앙리는 바르작거렸다. 하지만 고개를 들게 할 수 없었다.

"미안해, 앙리... 잠깐만... 잠깐만 이렇게 있자..."

빅터의 말에 앙리는 잠잠해졌다. 방울졌던 눈물은 이제 물줄기가 되어 흘렀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행복했던 순간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렀고 빅터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없이 울부짖었다. 그런 빅터의 마음을 이해라도 한건지 창밖의 천둥번개는 어느 순간 보슬비가 되어 빅터의 흐느낌을 가려주었다.



--------------------------------------------------------------------------------------------------------------------------

 


일단, 보배로운 썰을 제공해주신 ㄲㄴ님 감사합니다.ㅠㅠ
But, 실력부족으로 인해 뭔가 글이 요상하게 나왔어요, 죄송합니다!!!ㅠㅠ

빅터가 천둥번개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나도 몰라서 그냥 패스ㅠㅠ
하늘에 죄를 지은 사람이 천둥번개를 무서워한다고 하는데... 이미 생명창조를 꿈꾸고 있다는 것에서 죄짓고 있는 중 아닌가여???
<-나는 왜 글로 못풀었던 설정들을 한풀이로 풀고 있는지... 실력부족을 탓해야지요ㅠㅠㅠㅠ


앙리는 왠지 주치의 되면 정말 무서울 것 같은 스타일... 평소에는 생글생글하다가 치료나 약처방대로 안하면 뒤에서 오오라 내뿜으면서 웃으면서 혼낼 것 같은 스타일... 앙리가 무서워서라도 나을 것 같아;;;;;

 

'프랑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빅터앙리] 술  (0) 2014.12.02
[자크앙리+자크리처] 연심(戀心)  (0) 2014.12.02
[빅터앙리] Forgive  (0) 2014.12.02
[크리까뜨] IF  (0) 2014.12.02
[자크리처] 소유3  (0) 2014.12.02
Posted by 0메이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