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큘앙리] 고해성사(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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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rten by. 玄月
빗줄기가 몰아치고 있는 어두운 밤. 조그마한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한 성당 안은 으스스한 분위기로 가득찼다. 이런 분위기를 뚫고 한 청년이 성당 안에 들어섰다.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검은 수단을 깔끔하게 입고 갈색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다름 아닌 이 성당의 신부, 앙리 뒤프레였다. 오늘의 정리를 담당하는 어린 견습 수도사들이 성당 대강당의 무서움을 이기지 못하고 복도에서 울먹이고 있는 것을 본 앙리는 그저 웃으며 그들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직접 정리를 하러 나온 것이었다. 하긴 본인도 어릴 때는 비오는 날 밤 대성당 정리가 그토록 싫었었다. 어둡고 무섭고 하필 이런 날이면 동기들과 나누었던 괴담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게 덜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겨우 정리하고 도망치듯 방으로 뛰어들어갔었다. 하지만 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두려움도 조금씩 작아지는지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하며 앙리는 천천히 성당을 정리하였다. 최소한의 불만을 남겨두고 앙리는 십자가가 가장 잘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목에 걸고 있는 로자리오를 쥐고 십자성호를 그었다. 지극히 거룩하신 매괴의 여왕이여, 내 어머니 마리아여 찬미 받으소서...
앙리는 꽤나 오랫동안 기도를 올리고나서야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성당을 돌아보고 사제실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 순간, 천둥번개가 내려치고 성당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검은 망토를 입은 사람이 들어왔다. 어찌나 깊게 망토두건을 눌러섰는지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비에 완전히 푹젖은 검은 망토는 물을 뚝뚝 흘리며 성당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앙리는 사내의 등장에 놀랐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워낙에 작고 소박한 마을인지라 늦은 밤까지 사람이 돌아다니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고급품을 볼 일이 없는 앙리의 눈에도 비에 젖은 망토가 꽤나 좋은 옷감으로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싼 옷을 입고다닐 만한 사람 또한 없었기에 앙리는 이 사람이 이방인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앙리는 촛불을 들고 천천히 이방인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형제님. 이 늦은 시간에 밤을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답니다."
".....이 성당의 신부님이십니까?"
사내는 낮게 읇조렸다. 싸늘한 기가 느껴지는 목소리였지만 앙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제게 용건이 있으신가요?"
"고해성사를 하고 싶습니다.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그럼 이쪽으로..."
앙리가 고해소로 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이방인이 덥썩 앙리의 손목을 잡았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냉기와 악력에 앙리는 오싹해져서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너무 태연하게 있는 사내의 모습에 앙리는 머쓱해졌다. 그러나 냉기와 악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사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고해소 말고 여기서 고해성사를 해도 되겠습니까, 신부님?"
"......물론입니다."
냉기에 입이 얼었는지 대답이 느렸지만 앙리 또한 태연하게 아까 기도를 드렸던 자리에 사내를 앉히고 그 앞에 성경을 내려놓고 바로 그 앞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뒤에서 사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는 앙리의 옆자리를 앉았다. 고해성사를 할 때는 사람들이 자신의 옆에 앉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를 자신의 뒤에 앉혔건만 자신의 옆에 앉는 사내의 모습에 앙리는 의아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앙리가 의아해하는 사이 사내가 먼저 천천히 운을 뗐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굳게 믿으며 그동안 죄를 뉘우치고 사실대로 고백하십시오."
"오늘 사람을 죽였습니다."
너무나 태연한 사내의 말에 앙리는 움찔거리며 처음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금방 침착함을 되찾고 말을 이었다.
"왜 죽이셨습니까?"
"항상 바라보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름답게 웃고 밝은 햇살과 같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가 너무나 가지고 싶었지만 햇빛 아래 살 수 없는 제 몸뚱이 때문에 항상 멀리서 지켜보고 달이 떠오르면 성을 나와 그가 자는 모습을 볼 뿐이었습니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면 될 줄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너무 갖고 싶었기에 성 근처를 지나던 그 사람을 닮은 방랑자를 데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껍데기만 닮은 놈이었지요. 그래서 그냥 죽여버렸습니다. 마침 배도 고프고해서... 그 자리에서 목을 물고 피를 빨아먹고 죽여버렸지요."
오 하느님... 앙리는 침을 삼켰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이 마을의 신부가 되고 처음으로 듣는 살인에 대한 고해성사였다. 마을사람들이 하는 고해성사는 주로 거짓말에 대한 고해성사였다. 이웃을 속였다는 둥,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였다는 둥 그런 종류의 고해성사만 듣다가 가끔 절도에 대한 고해성사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태연하게 사람을 죽였으니 그 죄를 용서받고 싶다고 이렇게 찾아왔다. 아무리 신께서 모든 걸 용서하실지라도 살인만큼은 쉽게 용서할 수가 없는 죄였다. 어떻게 단지 가지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고 그를 닮은 사람을 끌고와서 피를 빨고 죽일 수가...... 피를 빨아? 앙리의 동요를 눈치챘는지 사내는 조용히 미소를 짓고 천천히 두건을 벗었다. 사내는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고 경직된 앙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놈의 피를 빨면 갈증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 그런데 전혀 그렇지가 않더군. 피를 빨면 빨수록 진짜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결국 이 빗속을 뚫고 마을로 내려왔어. 그리고 이렇게 옆에서 이야기를 해보니까 더욱 확실해지는거야.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앙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짙은 밤과 같은 어두운 흑발, 창백하기 그지 없는 하얀 피부, 그리고 그 흑백 속에 핏빛의 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보며 호를 그리고 웃고 있었다.
"오늘 밤 내가 또다른 죄를 지을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사내는 앙리의 목을 잡고 그대로 의자에 찍어눌렀다. 강한 압력에 컥하고 숨을 내뱉은 앙리는 사내의 팔을 떨어뜨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사내는 웃으며 앙리를 내려다보다가 쯧하고 혀를 찼다.
"여기는 너무 어둡군."
그리고 한 손으로 앙리를 끌고 제대 위에 내동댕이쳤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등이 제대에 부딪쳤다. 등을 울리는 고통에 앙리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디 위에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 너무 놀라 급히 내려가려했지만 앙리의 목을 조르는 사내의 손이 훨씬 빨랐다.
"제 고해성사는 아직 덜 끝났는데 어디를 가시려고 하십니까, 신부님?"
"그... 그만...."
앙리는 몸부림을 쳤지만 사내는 마치 어린아이의 손목을 꺾는 것마냥 한 손으로 앙리의 두 손을 휘어잡고 앙리의 머리 위로 찍어눌렀다. 신성한 제대에 올라왔다는 죄책감과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혼동이 앙리의 머릿속을 채웠다. 그러나 그런 앙리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태연하게 앙리의 허리를 타는 사내의 모습에 앙리는 식겁했다. 앙리의 턱을 잡고 억지로 눈을 맞추며 사내는 말을 이었다.
"정말 신 따위에게 주기에는 너무나 탐나는 사내란 말이야."
"무슨... 짓을?"
"무슨 짓?"
사내는 킬킬거리며 앙리의 뺨을 쓰다듬었다. 뺨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퍽 마음에 들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당신도 잘 알텐데?"
"무슨?..."
"이런 고운 선을 가지고도 아직 동정이란 말이야? 의왼데... 수도사들이 이정도 외모의 사내를 그냥 내버려둘 줄이야. 아니면, 옛날과 달리 수도사들이 조금은 덜 문란해진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말에 앙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계속 발버둥을 쳤지만 사내는 마치 돌같이 그저 가만히 앙리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먹이를 앞둔 짐승과 같은 사내의 눈빛에 앙리는 몸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절대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사내가 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분명 못볼 꼴을 당할 것 같은 직감에 앙리는 있는 힘껏 몸부림을 쳤다.
"이것... 놓으십쇼!"
"왠만하면 그만 두는 게 좋을텐데?"
"제발!"
"나야 당신이 완전히 힘빠지면 고마울 뿐이지."
꼼짝도 하지 않는 사내의 모습에 앙리의 호흡만 거칠어졌다. 그리고 더이상 몸부림칠 힘도 남아있지 않는 것 같았다. 헉헉거리는 앙리의 모습에 사내는 피식하고 웃으며 천천히 손을 뻗어 로만칼라를 문질렀다.
"로만칼라의 의미가 정결과 신에 대한 순명이라죠?"
그리고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로만칼라를 뜯어내버렸다.
"이제 그 정결과 순명을 나한테 바치면 돼."
그리고 앙리의 목에 걸린 로자리오를 벗기고 뒤집어보았다.
"앙리 뒤프레라... 오늘 처음 신부님의 이름을 알게 되는군요. 처음 만난 상대방에게 자기소개쯤은 해야되겠죠?"
그리고는 결박된 손을 억지로 끌고와 손등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제게 이름따위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드라큘라 백작이라고 부른다지요?"
사내의 말에 앙리의 눈이 크게 떨렸다. 흡혈귀! 어릴 때는 그저 전설로만 내려오는 악귀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존재가 눈 앞에 나타나 자신을 욕보인다는 사실에 앙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악마에게 모든 걸 빼앗기는 듯해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그저 이 순간이 꿈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앙리의 눈물을 혀로 핥아내고 드라큘라 백작은 앙리의 손에 앙리의 로자리오를 쥐어주며 다시 손등에 키스를 하였다.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는 마세요, 신부님. 당신의 로자리오를 빼앗지는 않을터이니."
그리고 다시 강하게 앙리의 두 손을 제대에 찍어누르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난 지금 널 가질테니까. 당신에게 기도만이 유일한 희망일테니 로자리오나 붙들고 열심히 빌어보라고."
그리고 억지로 앙리의 입을 벌렸다. 차갑기 그지 없는 몸과 달리 입 속에 들어오는 백작의 혀가 너무나 뜨거워 그 이질감에 앙리는 몸을 비틀었다. 도망가려는 앙리의 혀를 기어이 잡아 빨아들이고 휘감으며 희롱하는 백작의 모습에 앙리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백작의 손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저 로자리오만을 붙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제 욕심대로 앙리의 숨을 빼앗던 백작이 입술을 떼고 씩하고 웃었다. 마치 장난치는 악동과도 같은 표정에 앙리는 등 뒤에서 소름이 돋았다.
"자... 아직 제 고해성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계속해도 되겠지요?"
백작의 손이 천천히 찢어진 로만칼라의 틈을 통해 들어와 앙리를 가슴을 쓸었다. 그에 앙리는 숨을 들이키며 로자리오를 부여잡았다.
예수여 우리 죄를 용서하시며, 우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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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으신 이웃님들 중에서 독실한 기독교인, 크리스천인들은 없으시죠??ㄷㄷㄷㄷㄷ
없으셔야 합니다.ㄷㄷㄷㄷㄷ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무교와 기독교의 중간에 서있는 사람인지라 쓰면서도 와... 나 이러다 지옥불에 떨어질 듯을 수십 번 되뇌이면서 썼어요.ㄷㄷㄷㄷㄷ
물론 본문에 사용된 기도문이나 복장 등은 모두 크리스천이지만 그래도 신성모독인 것 같아서 지금 뭐랄까... 음... 죄책감이ㄷㄷㄷㄷㄷ
저번에 크리처를 괴롭힐 때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좀 죄책감이 많이 듭니다...ㄷㄷㄷㄷㄷ
그래도 류큘은앙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ㅠㅠㅠㅠㅠㅠ
뱀파이어 류큘과 신부 은앙리를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ㅠㅠㅠㅠㅠㅠ
아직 드라큘라가 개막하지 않았으니까 오픈된 류큘 포스트를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습니다.ㅋㅋㅋㅋㅋ
저 위에 쓰여져 있는 기도문도 인터넷을 뒤적뒤적해서 찾은 천주교 기도문입니다.
저녁에 혼자 기도할 때 쓴 기도문이 감사의 기도문, 마지막에 나온 기도문이 구원의 기도문.
기도문이 너무 멋지게 쓰여져 있어서 복붙하는데 죄책감 추가 주문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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