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앙리+자크리처] 연심(戀心)
원작파괴주의
시공간파괴주의
설정오류주의
Wrirten by. 玄月
뒷골목이 무서운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 칼에 찔리고 두들겨 맞을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강함은 곧 생존이었다. 강한데다가 강자에게 꼬리를 흔들 수 있는 적당한 눈치까지 있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그리고 뒷골목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크는 두 가지를 모두 소유한 자였다. 자크는 이리저리 쿡쿡 쑤시는 통증과 옆구리를 후벼파는듯한 고통에 힘겹게 눈을 떴다. 개자식들... 다시 만나면 죽여버릴테야. 아니 기다릴 필요도 없어, 내가 잡아와야 성이 풀릴 것 같아. 자크는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옆구리를 부여잡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주 오랜만에 습격이란 걸 받아봤다. 보나마나 범인은 뻔했다. 격투장 라이벌놈들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자크는 바로 감이 왔다. 그러나 적을 알았다고 너무 방심해서였는지 누군가의 칼이 싸우는 자크의 옆구리를 찔렀다. 고통이 오는 것과 동시에 자크는 지팡이를 휘둘러 상대방을 때려눕혔지만 칼이 꽤나 깊게 들어간건지 출혈이 심했다. 자크가 워낙에 눈에 뜨는 차림인지라 2차 습격을 대비하여 어두운 부분을 골라 격투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자크도 피가 흐르는 인간인지라 출혈로 천천히 눈이 감겼다. 여기서 자면 안되는데 여기서.... 그리고 그 순간 정신을 놓고 말았다. 눈을 뜨고 보니 천장이 보이길래 집인가 싶어서 둘러봤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허름한데다가 딱 필요한 가구만 있는 단촐한 방이지만 단정하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자크가 덮고 있는 침구도 새하얗고 보송보송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격투장에는 많은 하인이 있지만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뒷골목의 특성상 정리하는 게 정리하는게 아니었다. 근데... 이 붕대는 누가 감아놓은거지? 붕대 역시 감아놓은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자크가 갸우뚱하고 있는 그 때 방문이 열렸다.
"아, 일어나셨어요?"
짐을 한아름 들고 들어온 청년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단정하게 정리된 옷에 밝은 갈색빛 머리가 꽤나 잘어울리는 청년이었다. 자크는 청년을 향해 날서게 대답했다.
"넌 뭐야?"
자크의 날선 기운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밝게 웃으며 답했다.
"전 앙리 뒤프레입니다. 몸은 어떠신지요?"
"그냥 그래."
자크의 영혼없는 대답에 앙리는 피식하고 웃고 짐꾸러미를 뒤적거리며 새 붕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익숙한 손길로 약을 준비하고 의자를 끌고와 자크의 옆에 앉았다.
"일단 붕대 갈아드리겠습니다."
"네가 치료한거야?"
"그저 약바르고 붕대로 묶어드렸을 뿐입니다. 칼에 찔리신 듯한데 회복력이 좋으시네요."
앙리의 칭찬에 자크는 콧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그딴 새끼들이 칼로 한 번 쑤셨다고 죽을 만큼 약해빠지지 않았다고."
"아무리 회복력이 좋으시더라도 칼은 조심하셔야지요. 출혈이 심하셔서 조금만 늦게 발견해도 큰일 나실 뻔 하셨어요."
"넌 어쩌다가 날 봤는데?"
"길에 있는 핏자국을 따라가다가보니 당신이 있었습니다. 급히 응급처치만 하고 여기로 와서 치료했습니다."
"너, 바보야?"
"네?"
자크의 말에 앙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딱봐도 순진해보이는게 좋은 집안에서 철모르게 자란 도련님 스타일이었다.
"내가 살인마면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겁도 없이 치료하는거야? 막말로 내가 다 치료받고 너 죽이고 달아나면 어쩔려고?"
"... 그럴 수도 있군요."
자크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의외로 순순히 수긍하는 앙리의 태도에 자크가 벙쩠다. 원래 여기서 그럴 일이 없다고, 은인에게 그럴 사람없다는 귀족들 특유의 신사도 설교가 나와주셔야 되는데?
"근데 그런 살인마가 다른 사람의 칼에 찔릴만큼 약할거라는 생각이 들지않는 군요. 만약 진짜라면 다음부터 조심하면 되구요. 상황이 어찌되었던 일단 저는 당신을 치료하기 시작했고 당신이 나을 때까지 치료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어쭈, 요것봐라. 자크의 눈에 흥미가 서렸다. 예상 외의 답변을 하는 앙리가 꽤나 재밌게 느껴졌다. 그는 자크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는지 헌 붕대를 풀어내고 환부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치료를 했지만 상터가 깊으니까 움직이는데 주의해주세요. 상처를 꿰매 놓은 상태니까 물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시구요."
자크는 천천히 앙리를 살펴보았다. 호리호리한줄만 알았는데 전반적으로 선이 고운 외모였다. 게다가 여리하게 생긴 주제에 나름 제 주장도 확실해서 이리저리 놀려먹기 좋아보이고... 딱 잘라서 말하면 자크의 취향이었다. 약을 다 바른 앙리는 새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허리에 붕대를 감는 것이다보니 앙리가 자크를 안는 듯한 묘한 자세가 되었다. 앙리의 손길이 스치는 곳에 미묘하게 욱씬거렸다. 볼수록 마음에 드는 상대에 자크의 머릿속을 치고 들어오는 생각이 있었다. 이걸 확 끌고 가? 자크의 이런 생각을 전혀 눈치채지못한 앙리는 붕대를 다 매고 짐을 뒤적거리다 자크의 눈앞에 뭔가를 내밀었다. 어떻게 끌고 갈지 고민하던 자크는 흠칫 놀라 눈앞의 물건을 보고 앙리를 바라보았다.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지셨는데 수선하기가 힘들어서 다른 옷을 사왔습니다. 이걸로 갈아입으세요."
앙리가 내민 건 다름아닌 단촐한 셔츠였다. 그에 자크는 끄덕이며 옷을 갈아입자 앙리는 간단한 식사거리를 내오며 말했다.
"일단 출혈량이 꽤 있으셔서 집에 가실 때 힘이 드실 수 있으니까 식사는 하고 가세요. 그동안 며칠동안 바를 여분의 약을 챙겨놓겠습니다."
너무나 태연하게 자신을 대접하는 앙리의 모습에 자크는 얼떨떨했다. 그러나 그걸 마다할 자크는 아닌지라 일단 앙리가 준비한 식사를 먹으며 약을 준비하느라 뒤돌아서있는 앙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왜 이렇게 모르는 사람에게 잘해주는거야?"
"네?"
자크의 질문에 앙리가 돌아섰다. 마치 왜 그런 걸 물어보는지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자크는 알고 싶었다.
"딱 봐도 내가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잖아? 근데 왜 나같은 놈을 도와줘? 도와줘봤자 아무런 이득이 없을텐데?"
자크의 솔직한 질문에 앙리는 미소를 짓고 다시 뒤돌아서서 약을 준비하며 대답했다.
"글쎄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크의 앞에 약을 갖다놓으며 말을 이었다.
"또한 이득이 될지 안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제 선에서 도와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돕는다고 해될 건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앙리는 며칠 뒤에 다시 여기로 오라며 자신의 집주소를 적은 쪽지를 건네주었다. 자크는 앙리의 행동에 잠시 계획을 뒤로 미뤘다. 치료도 받고 옷이랑 약도 얻고 밥까지 얻어 먹었으니 오늘은 봐주지 뭐...
그렇게 앙리의 집을 떠난 자크는 앙리가 말한 날짜가 오지도 않았건만 상처가 쑤신다는 둥, 약을 다썼다는 둥 갖은 핑계를 대며 삼사일에 한 번씩 앙리의 집을 들락날락거렸다. 그러나 앙리는 단 한번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자크를 맞이하였다. 자크는 앙리의 집에 들어설 때마다 데려갈지 말지 결정을 번복하다가 결국 앙리의 집을 나갈 때는 혼자였다. 앙리의 집을 제 집인 마냥 오갔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일을 잊은 건 결코 아니었다. 자신을 찌른 놈들을 추적하여 찾아내 갖은 고문을 써서 죽여버렸다. 또한 습격을 의뢰한 라이벌 역시 자크 자신이 당했던 방법 그대로 되돌려 써서 죽여버렸다. 그렇게 일처리도 끝낸 자크의 앞을 막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홀가분한 느낌으로 앙리의 집을 찾아온 자크는 평소와 다름없이 핑계거리를 만들어 그의 집에 들어갔다. 자크의 앞에 커피를 내오며 앙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지?"
"아~ 이제까지 처리하고 있던 일들이 완전히 끝나서 기분이 좋아."
"그렇군요."
깊게 미소를 짓는 앙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자크가 입을 열었다.
"근데... 너 참 이상하다."
"네?"
"너도 내가 하는 말들이 핑계라는 걸 알텐데 왜 나를 이렇게 맞이해주는거야?"
자크는 솔직하게 물었다. 물어본 이유는 다른 게 없었다. 정말 궁금했으니까. 귀찮아서라도 얼굴을 찌푸를 법도 한데 이 의사는 자신의 핑계에 순순히 응해주며 웃어주었다. 그래서 더욱 더 데려갈 수가 없었다. 한 번이라도 짜증을 내면 괘씸죄라도 그를 끌고 가겠는데 이렇게 나오니 항상 갈등을 하다가 결국 혼자서 이 집을 나서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시덥잖은 말을 들어주며 가끔 예상치 못한 대답을 해주어 자신을 재밌게 만들어주는 이 존재의 미소짓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찾아오게 된다.
"여기로 오신다는 의미는 의사 앙리 뒤프레이건, 사람 앙리 뒤프레이건 제가 필요해서 찾아오시는 거니까요. 그런 분들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자크의 질문에 대답한 앙리는 미소를 지었다. 앙리의 대답에 멍하니 있던 자크는 갑자기 깔깔거리며 웃었다. 배까지 잡으며 박장대소를 하던 자크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
"역시 넌 재밌어."
그리고 이날 부로 자크는 앙리를 납치할 생각을 완전히 접어버렸다. 괜히 억지로 끌고갔다가는 저 대쪽같은 성격의 청년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도 아니하고 앙리가 보고 싶으면 그의 집에 가서 보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며칠 뒤 전 유럽을 뒤흔드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자크는 전쟁이 자신하고는 완전히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러나 관리들이 뒷골목까지 와서 격투가들은 물론 노숙자들까지 군인들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에 자크는 재빨리 조치를 취했다. 실력 좋은 격투가들은 그의 밥줄이었기에 그들을 지키기 위해몇날 며칠을 관리들에게 뒷돈을 찔러주고 선물을 보내주는 등 성의를 보이느라 애를 먹었다. 그렇게 뒷처리를 완벽히 끝낸 자크가 앙리 뒤프레를 찾아간 날은 마지막으로 들린 날로부터 일주일이나 지나있었다. 관리들에게 아양을 떠느라 이리저리 스트레스가 쌓였기에 그의 얼굴을 보면서 관리들 뒷담이나 할 생각으로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평소와 다르게 열리지 않는 문에 자크는 갸우뚱했다. 앙리의 스케줄을 꿰고 있는 자크는 어리둥절해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문고리를 돌렸다. 그러자 부드럽게 열리는 문에 자크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조심성 많은 앙리가 문을 잠그지도 않고 나갈 리가 없었다. 집 안을 둘러보니 안은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집 안을 채워야하는 온기가 없었다. 그리고 식탁 위에는 단정한 필체로 'Dear. Jacques' 라고 쓰여진 쪽지 뿐이었다. 자크는 천천히 쪽지를 읽었다.
[이렇게 조그마한 쪽지로 소식을 전해서 미안해요. 지금 막 군대에 군의관이 필요하다고 관리들이 직접 찾아와서 급히 가야될 것 같습니다. 문은 당신이 올 것 같아서 그냥 열어둔거니까 행여 도둑이 들었나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미리 상처에 필요한 여분의 약들을 만들어놨습니다. 약들이 들어있는 찬장 안에 넣어놨는데 이름을 적어놓았으니 다른 약들이랑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약을 가져가기 힘드시다면 집에 두고 커피잔이 있는 찬장 안에 넣어둔 집열쇠로 잠그시면 됩니다. 원래 상처의 실밥도 다 제가 풀어야 하는건데 관리들이 그럴 시간을 줄만큼 여유있어 보이지는 않는군요. 쪽지 밑에 제가 아는 의사선생님의 주소랑 연락처를 적어놓겠습니다. 그분께는 제가 미리 말씀드릴테니까 꼭 상처 마무리 잘하셔야 됩니다. 제가 없으니까 다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주세요. 그럼 전쟁이 끝난 뒤에 뵐 수 있기를...]
자크는 쪽지를 다시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절망했다. 앙리 뒤프레가 자신의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자크는 부들부들 떨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데려올 것을, 자신의 곁에 두었을 것을... 그 약해빠진 몸으로 지금 전쟁터를 갔다고? 결국 자크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며 탁자를 뒤집어 엎어버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도 쓸어버렸다. 잉크병이 깨지며 안에 들어있던 잉크들이 쏟아져 바닥을 적셨다. 모든 게 짜증났다. 앙리 뒤프레가 없는 이 집은 자크에게 있어서 아무런 쓸모도 없는 집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쪽지도 짜증나 찢어버리려던 순간 단정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전체적으로 단정하지만 급하게 쓴 건지 끝부분이 휘날려진 쪽지는 앙리의 다급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씩씩거리며 그는 다시 쪽지를 읽었다. 그리고 이를 아득 갈고는 쪽지를 곱게 접어 품에 넣고 약품장에서 본인의 이름이 적힌 약통 하나를 꺼내들었다. 집열쇠까지 챙겨들고 나와 문을 잠그고 제대로 잠겼는지 두 세번 확인한 자크는 발을 쿵쿵 굴리며 앙리의 집에서 나왔다. 돌아오기만 해봐라. 반항을 하든 뭘하든 일단 격투장으로 끌고와야겠어. 그리고 두 번 다시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게 손목, 발목에 두꺼운 쇠사슬로 묶어놔야겠어. 아니, 목에도 아예 목줄을 채워놔야지. 절대로 내 손을 벗어나지 못하게...
-
침대에 누워있던 자크는 눈을 떴다. 그리고 아내가 완전히 잠들었는지 확인한 뒤 천천히 침실을 빠져나왔다. 한 손에는 두꺼운 모포를 다른 한 손에는 음식이랑 약이 든 바구니를 든 채 그는 어두운 지하실을 내려갔다. 지하실에 있는 지하감옥 앞에 다다른 자크는 얼굴을 한껏 찡그렸다. 그리고 조용히 자물쇠를 따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손바닥만한 창문 하나를 통해 달빛만이 들어오는 지하감옥 안에는 괴물이 웅크리고 있었다. 온몸이 멍과 상처로 엉망진창이었고 목숨만 겨우 부지하고 있는 듯이 쌕쌕거리고 있는 괴물의 모습에 자크는 쯧하고 혀를 찼다. 생명체 옆에 털썩 주저앉은 자크는 바구니를 뒤적거려 약을 꺼내들고 그의 몸에 살살 발라주었다.
"...멍청한 놈..."
쓰라린지 계속 몸을 움찔거리는 그의 모습에 자크는 조용히 욕설을 내뱉었다. 한껏 찡그린 얼굴과 달리 자크의 손길은 평소와 달리 조심스러웠다. 약 한통을 다 쓴 자크는 모포를 크게 펼쳤다. 행여 찬바람이 들어갈까봐 그의 몸을 꼼꼼히 덮어주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살피던 자크는 괴물을 끌어안고 천천히 앙리 뒤프레의 얼굴을 쓸었다. 처음 괴물을 보았을 때의 자크는 뒷통수를 쇠망치로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옆에 아내가 있다는 사실도 잊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네가 왜 그 꼴로 여기 있냐고... 빛을 보이던 눈은 그 빛을 잃고 어둡게 내려앉아있었고 단정한 머리는 너저분하기 그지 없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데다가 여기저기 꿰메진 몸이 자크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게다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이 두려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던 앙리 뒤프레의 모습에 충격을 넘어서 머리 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그리고 그 날 밤,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빌미로 그를 고문했다. 인두로 지지고 몽둥이로 때리고... 그렇게라도 하면 기억이 돌아올 줄 알았다. 자신을 기억하고 그 때의 밝은 미소를 보이며 이름을 불러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자신을 두려워하며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쳤다. 자신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의 모습에 배신감도 들고 마음 한 켠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새벽, 다시 괴물을 찾아왔다. 벌벌 떨고 있는 두 손을 꽉잡고 나를 기억하냐고 물으며 괴물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나 오직 두려움만을 비추고 있는 괴물의 눈동자에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그에 자크는 괴물의 뺨을 때리고 또 때렸다. 기억하라고 소리치며 그는 손이 빨개지는 걸 넘어 얼얼해질 때까지 괴물의 뺨을 때렸지만 결국 괴물이 기절하고 난 뒤에야 손을 내렸다. 그리고 자크는 그 날 처음으로 눈물이라는 것을 보였다.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을 기절한 괴물을 부여잡고 흘렸다. 얼마나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랬던가. 팔다리가 날아가도 좋으니 살아서만 돌아오라고 얼마나 바랬던가. 관리들에게 계속 뇌물을 먹이며 그는 앙리의 자취를 확인했고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도록 후방에 배치되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가 다른 사단으로 옮겨져서 소식을 들을 수 없다는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얼마안가 전쟁이 끝나게 되었다. 그리고 곧 돌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앙리 뒤프레는 자크에게 있어서 연심(戀心) 그 자체였다.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비뚤어진 표현밖에 못하고 전쟁이 끝나고 에바랑 결혼을 하고 동성일지라도 그는 진심으로 앙리를 사랑했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었다. 자크는 앙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의 뺨을 쓸었다. 순간 옆구리의 상처가 욱씬거렸다. 앙리가 살아돌아올거라 의심하지 않았기에 그는 아직 상처의 실밥을 풀지도 않았다. 돌아오면 앙리에게 풀어달라고 말할 생각에 그저 앙리가 준 약만 꼬박꼬박 바르고 있었다. 그러나 약은 동이 나고 앙리는 돌아왔지만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크는 다시 욱하고 눈물이 나올려는 것을 꾹 참고 앙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입 안을 휘져었다. 단정한 치열을 훝고 말랑한 속살을 맛보고 혀를 감아올리며 희롱했다. 숨이 막히는지 괴물이 바르작거리자 입을 뗐다. 그리고 또다시 입술을 탐하였다. 이제서야 자크의 진심을 표현하는 애절한 입맞춤은 새벽이 가도록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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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게 뭘까요.... <-자아붕괴OTL
갑자기 삘받아서 쓰게는 되었는데 어... 진짜 제가 뭘쓴거죠???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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