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까뜨] IF

프랑켄 2014. 12. 2. 23:01

[크리까뜨] IF

 

원작파괴주의
설정오류주의 


Wrirten by. 玄月

 

어릴 적 풍경은 회색빛이었다.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뒷골목. 그곳이 나의 고향이었고 나의 집이었다. 밖에 나가면 내 또래의 아이들이 앵벌이를 하고 있었고 무서운 사람들이 득실거렸다. 그게 너무 무서워 나는 항상 집안에만 틀여박혀있었다. 내 꿈은 언젠가 밝은 햇살을 쬐며 길을 걷는 것이었다. 햇빛 한 점 비추지 않는 이 뒷골목을 떠나 햇빛 아래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어린애의 모습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열심히 일했다.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고 집안일을 열심히 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하면 언젠가 햇빛 아래에서 살 수 있으리라 믿으며 일했다. 그러나 언제부터 아빠는 맨날 술을 마시고 엄마는 그런 아빠를 나무라며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셨다. 어느 날 술에 찌든 아빠는 나를 탐했고 엄마는 그런 나를 더러운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금발머리의 남자가 엄마에게 동전 몇 닢을 쥐어주었고 덩치큰 남자들이 나를 끌어냈다. 부모님을 애타게 불렀지만 그들은 나를 외면했다. 그렇게 나는 내 꿈에서 부터 멀어져만 갔다.

".....여기는....?"

지독히도 불쾌한 꿈을 꾸다가 깨어난 까뜨린느는 눈 앞에 펼쳐진 어두컴컴한 지하실 천장이 아닌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밝은 햇살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지끈거리는 머리를 짚고 일어나니 빛바랜 남자의 코트가 툭하고 떨어졌다. 내가 왜 이 코트를 덮고 있는거지하고 질문하기도 전에 옆에서 소리가 들렸다.

"일어났어?"

갑작스런 사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난 곳을 본 까뜨린느의 눈이 더욱 커졌다.

"당신은!"

까뜨린느의 시선 끝에는 격투장의 괴물이 있었다. 까뜨린느는 도저히 상황파악이 안돼 계속해서 의문만이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 내가 왜 누워있는거지... 저 사람은 왜 내 옆에 있는거지... 아무나 좋으니까 누가 상황설명 좀!!!
괴물이 천천히 일어서더니 그릇 하나를 까뜨린느에게 내밀었다. 그릇 안에는 맑은 물이 담겨있었다.

"고..고마워요."

까뜨린느는 조심스럽게 그릇을 받아 물을 들이켰다. 오랜만에 마셔본 깨끗한 물에 온몸이 씻겨내리는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해졌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가 버리고 간 집인지 세간살이는 있었지만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고 전반적으로 허름했지만 햇살 덕분에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 사이 괴물은 까뜨린느 옆에 앉았다. 그에 까뜨린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당신이 나 구해준거예요?"
"...구해줘?"

괴물은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되물었다.

"그러니까, 그.... 나.... 끌고 간 사람들.... 말이예요. 회색머리에 이상한 아저씨..."

까뜨린느가 다시 설명하면서 몸을 잘게 떨었다. 그 순간을 다시는 생각하고도 싶지않았다.

 

 

-

 

 

페르난도가 자유를 주겠다며 약을 건내주었을 때 흔들리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아니, 오히려 괴물에게 먹일 생각으로 그 날 새벽 지하실로 내려갔었다. 고문 받느라 지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한데다가 내가 주는 거니까 분명 먹을 것이다라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약을 뿌린 빵 한 조각을 가지고 지하실에 내려가니 자크의 잔인한 고문에 지쳐 쓰러져있는 괴물이 보였다. 평소처럼 슬쩍 문을 열고 괴물을 흔들어깨웠다.

"저기...일어나요....얼른..."

내 목소리를 듣자 괴물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 그리고 괴물의 눈앞에 빵을 들이밀며 말했다.

"자, 이거 먹어요. 얼른."

괴물이 빵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내 안의 사악한 내가 웃었다. 그래... 이제 먹기만 하면 돼! 어서! 그러나 괴물은 빵을 쳐다보다가 힐끔 나를 올려다보았다. 순간 독을 탄 걸 눈치챈건가하고 흠칫 했다. 괴물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괴물은 빵이 아닌 아무 것도 없는 손을 잡고 끌어당겨 자신의 뺨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손에 뺨을 비비며 곱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손에 닿는 따뜻한 체온에 움찔했다. 그러자 괴물은 손을 더욱 꽉 잡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옆에 있어줘서...고마워.... 우리... 북극 가자.... 사람이 없는.... 그곳으로...꼭..."
"하..."

괴물의 말에 헛웃음이 먼저 튀어나왔다. 바보야... 여기에 묶인 상태에서 가긴 어딜가... 그리고 거기가 얼마나 먼데
 ..

"같이 가자... 북극에..."
"...어떻게 갈려구?"
"내가... 데리고 갈게... 여기서... 영영... 떠나자..."

괴물이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까지 보아온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 짐승같은 눈빛이 아닌 너무나 따뜻해보이고 자상해보이는 눈빛이었다. 이제까지 누가 나를 저렇게 따뜻하게 봐준 적이 있었나? 나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에는 욕정, 질투, 경멸뿐이었다. 처음으로 본 따뜻한 눈빛에 눈가가 시큰거렸고 손부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리고 드는 생각...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내 모습이 이상한지 괴물이 의아해하며 내게 손을 뻗었지만 그걸 거칠게 뿌리치고 지하실을 뛰쳐나왔다. 얼마나 뛰었는가...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고 새벽의 어둠만이 가득했다. 가쁜 숨을 내뱉었지만 가슴은 아직도 먹먹하고 답답했다.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쳤지만 치면 칠수록 답답한 가슴이 풀리기는 커녕 아까부터 시큰거리던 눈가가 따끔거렸다.  그리고 결국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그 때의 감정은 슬픔, 서러움보다는 기쁨과 죄책감... 끔찍하리만큼 차갑고 잔혹한 이 뒷골목에서 처음으로 느낀 따뜻한 감정에 대한 기쁨... 그리고 그 따스함은 이제까지 내가 했던 행동과 생각들에 대해서 비수를 꽂았다. 아직까지 손에 들려 있는 빵조각을 멀리 집어던지고 손바닥이 빨게지도록 치마에 문질렀다. 내 자유에 눈이 멀어 저 생명체를 내 손으로 없애버릴려고 했다. 나 하나만 보고 있는 저 생명체를 배신하려고 했다. 내 자신이 너무 끔찍해서 온 몸에서 소름이 돋았고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기쁨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얼마나 울었을까... 울다 지쳐서 훌쩍거리며 벽에 기대있는데 저멀리서 새벽의 먼동이 트는 것이 보였다. 벌써 아침이구나... 그러고보니 그 사람 오늘 격투장 나가는 날인데... 밥도 못챙겨줘서 배고플텐데... 일어서서 터덜터덜 격투장으로 걸어갔다. 자유를 원하지 않느냐고? 물론 원해. 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돈으로 사지 않겠어. 난 그 사람이랑 같이 나갈거야. 이 어두운 뒷골목을 같이 나갈거야.

-

"저 계집애, 나한테 팔아."

그 사람의 승리를 기뻐하기도 전에 귓가에 내리꽂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온 몸이 굳었다.

"누구? 쟤?"

주인님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채찍으로 나를 가리켰다. 그러자 페르난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 꿍꿍이야? 우리가 이겼다고 생난리지랄을 피울 줄 알았는데 쟤를 팔라고?"
"그래. 값은 섭섭치 않게 줄게."

주인님이 나를 보느라 페르난도를 뒤에 둔 상황에서 나를 바라보는 페르난도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입은 웃고 있지만 악에 찬 눈빛... 설마... 나한테 복수할 생각인건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간담이 서늘해졌고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주인님의 다리를 잡고 늘어났다.

"주... 주인님!! 저 팔지 마세요!! 일 더 열심히 할게요!!"
"뭐야? 이년 왜 이래?"
"일 더 많이 주세요! 밥도 조금 먹을게요!! 두 사람의 일도 한꺼번에 할 자신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팔지 마세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여기서 팔려가면 끝장이다! 여기서 팔려가면 지옥에 빠져버려! 나 저 사람이랑 여기서 나가고 싶어! 그러니 제발!!
달달 떨고 있는데 주인님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려움을 떨치고 힐끗 주인님을 보니 주인님이 미소 짓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안도감이 찾았다. 아... 나 안팔리는구나. 안도감에 실실 웃음이 나오는데 갑자기 주인님이 내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너 같은 멍청한 년 하나보다는 너 팔고 똑똑하고 젊은 두 년을 사는게 훨씬 이익이야. 어이, 페르난도! 이 년 너한테 팔지."
"주... 주인님!!"

얼마나 간절하게 외쳤는지 모르겠다. 제발 팔지 마시라고 장정들한테 끌려가면서 목이 터져라 주인님을 불렀다. 그러나 주인님은 일초의 지체도 없이 뒤돌아섰다. 그 다음부터는 단편적인 기억이었다. 페르난도의 일터로 끌려가 몽둥이로 두들겨맞고 쉴틈도 없이 남자들에게 짓눌렸다. 고통... 비참함...괴로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절망의 감정들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고 그렇게 기절하고 일어나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 결국 까무룩 맥을 놓았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여기 있는 것일까.
부들부들 떨고 있는 까뜨린느의 모습에 괴물은 까뜨린느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 토닥였다. 깜짝 놀라 자신을 바라보는 까뜨린느에 괴물은 얇게 미소를 짓고 입을 열었다.

"여기 왜 있는지 궁금해?"

까뜨린느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괴물은 말을 이었다.

"좀 긴 이야기가 될 거야. 네가 끌려가기 전날밤부터의 일이야."


-


오늘도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며 모진 고문을 받고 지쳐 쓰러져 있었다. 오늘따라 육체적인 고통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다름아닌 정신적인 고통 때문이었다. 고문을 받는 와중에도 큰 바늘로 찌르는 듯이 쿡쿡 머리를 찌르는 통증과 함께 단편적인 기억들이 튀어나왔고 아직까지 그 고통이 유지되고 있었다. 팔다리가 절단된 부상자들... 눈앞에 보이는 총... 그리고 태양같이 밝은 한 사람... 마치 둑이 터져 물이 방류하는 것 마냥 기억은 쉴 새없이 튀어나왔다. 너무 괴로워서 끙끙거리는데 위에서 내려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자크인건가하고 생각했지만 가볍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지하실 문을 열고 내 앞에서 멈췄다.

"저기...일어나요....얼른..."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초라하지만 눈망울이 큰 여인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름이... 까뜨린느였지?

"자, 이거 먹어요. 얼른."

그녀가 빵을 건넸지만 먹고 싶지도 않았고 머리가 너무 아파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지금 필요한 건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이 두통을 잊게 해줄 수 있는 타인의 온기였다. 그에 비어있는 까뜨린느의 손을 끌어당겨 얼굴에 댔다. 차가운 땅바닥에 붙어있어 찬기가 느껴지던 볼이 온기로 금세 따뜻해졌고 기분이 좋아 그 손에 얼굴을 비볐다. 이렇게 따뜻한 온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이런 곳에서 핍박받고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찡해졌다. 그리고 생각이라는 걸 하기도 전에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괜...찮아"

까뜨린느가 움찔거리기에 혹여나 손을 뺄까 더욱 강하게 움켜잡고 말을 이었다.

"이렇게... 옆에 있어줘서...고마워.... 우리... 북극 가자.... 사람이 없는.... 그곳으로...꼭..."
"하..."

내 말이 웃겼는지 까뜨린느는 헛웃음을 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기억대로라면 지금 이 몸상태라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다만 이걸 까뜨린느에게 설명할 길이 없었다. 나조차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이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까뜨린느에게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저 같이 가자는 말만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이 가자... 북극에..."
"...어떻게 갈려구?"
"내가... 데리고 갈게... 여기서... 영영... 떠나자..."

문득 까뜨린느를 봤는데 뭔가 이상했다. 덜덜 떨리는 몸과 흔들리는 동공... 불안해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걱정스러워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거칠게 손을 쳐냈고 급하게 지하감옥을 빠져나갔다. 까뜨린느를 따라 나서려고 했지만 지친 몸이 비틀거렸고 그 사이에 지하감옥의 문이 닫혔다. 혹시라도 그녀가 다시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창살을 붙들고 하염없이 문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밤새도록 기다렸지만 바람과 달리 바라던 이는 오지 않은 채 해가 떠올랐다. 이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 앉았다. 왜 그런 상태였을까... 왜 그렇게 나갔을까... 왜 오지 않을까... 걱정의 걱정이 이어졌지만 대답해줄 수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 여러 명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한숨부터 나왔다. 또다시 싸움인건가... 이제 제발 그만 좀 해....


-


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눈 앞에 목이 돌아간 시신이 놓여져 있었지만 이 시신보다는 에바 옆에서 활짝 웃고 있는 까뜨린느가 눈길을 끌었다. 그 미소가 좋아 같이 웃어주었지만 이런 내 자신이 너무 간사하게 느껴져 마음 한 켠이 서늘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곳에서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오직 저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그녀를 위해서라면 뭔들 뭣해줄까싶었다.

"저 계집애, 나한테 팔아."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던 까뜨린느가 이 말에 눈에 띄게 굳었다. 그리고는 몸을 덜덜 떨더니 에바의 다리를 붙들고 간청했다.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있는데 갑자기 사내들이 까뜨린느를 끌고 어디론가 가는 것이었다. 어디 가는거야... 그녀를 어디로 끌고 가는거야? 발버둥치는 까뜨린느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고 머릿속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뭔가가 툭툭 튀어나왔다. -지금 날뛰어봤자 아무도 구해주질 못해. 나도 끌려가고 까뜨린느가 끌려가버릴테니까. 기회를 기다려.-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대로 행동했다. 내가 얌전히 있자 에바는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었고 장정들을 시켜 나를 지하감옥으로 데려가라고 시켰다. 내가 얌전히 장정들을 따라가자 그들은 나에게 아무런 구속도구를 쓰지 않고 그저 내 앞 뒤로 서서 천천히 지하감옥으로 내려갔다. 나는 일부러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지하감옥의 초입에 들어선 순간 주변에 아무도 보는 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뒤에 있는 사내의 명치를 주먹으로 쳤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사내는 그대로 바닥에 널부러졌고 앞에 있는 사내가 뒤에서 나는 소리에 돌아보기도 전에 뒷목을 쳐 기절시켰다. 주변에 있는 횃불 하나를 들고 곧바로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창고로 가 불을 질렀고 그 주변 역시 불을 붙였다. 빠르게 타오르는 불과 매케한 연기에 뒤에서 불이야하는 외침과 웅성거림이 들렸다. 재빠르게 몸을 숨겨 사람들이 모이고 에바와 자크가 와서 난리법석을 피우는 것을 확인하고나서 곧장 자크의 방에 향하였다. 그리고 자크의 방을 뒤집어 엎으며 뭔가를 찾았다. 이곳을 떠날 때 떠나더라도 반드시 가져가야할 것이 있었다. 얼마나 방을 뒤집어 엎었는가. 상자 하나를 뒤집어 엎으니 그 안에서 옷 뭉치 하나가 털썩 떨어졌다. 옷 뭉치를 들어올려보니 낡디 낡은 코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눈에는 누더기처럼 보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입고 있었던 코트였으니까... 코트를 걸치고 방을 나서는데 자크의 방근처에서 까뜨린느의 체취가 맡아졌다. 까뜨린느의 체취를 따라 까뜨린느의 방으로 들어섰다. 침대 하나 덜렁 놓여져 있는 을씨년스러운 방이었지만 창가에는 병 하나가 놓여져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까뜨린느의 물건인 것 같아서 챙겨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횃불 하나를 찾아내 이번엔 사람들이 모여있는 반대 방향에 불을 질렀다. 더 이상 이곳에는 볼일이 없었다. 벌써 사람을 죽인 주제에 모순적이겠지만 사람들이 없는 곳에만 불을 질렀으니 더 이상 사람이 죽는 일을 없기를 바라며 유유히 격투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까뜨린느의 체취와 본능에 따라 그녀를 찾아나섰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니 하늘에 떠있던 해는 어느 순간 달로 바뀌었고 붉은 등 속의 촛불이 다 닳을 무렵에서야 그녀가 끌려간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은 입구를 피해 들어갈 곳을 찾다가 격투장의 뒷문을 발견하고 서있는 호위들을 아까 전처럼 기절시키고 그 안을 들어섰다. 한창 격투가 진행중이다보니 뒷문에는 아무도 없었다. 천천히 까뜨린느의 체취를 따라 지하로 들어갔다. 그런데 지하로 들어갈수록 맡아지는 피냄새와 이상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까뜨린느의 체취가 가장 강한 곳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까뜨린의 체취를 덮어버리는 피냄새와 이상한 냄새에 급히 코를 막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누워 있는 까뜨린느가 보였다.

"까뜨린느..."

까뜨린느에게 다가가면서 피냄새와 이상한 냄새가 더욱 강해졌다. 뭔가 이상하다.

".....하지....마....제...발........"

까뜨린느를 안아올리려고 하자 그녀는 무의식상태에서 힘을 쥐어짜 나를 밀어냈다.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싸해졌다. 얼마나 맞았는지 피멍이 들고 피딱지가 생긴 얼굴에 머리도 함께 서늘해졌다. 절로 이가 아득하고 갈렸다. 코트를 벗어 그녀를 감싸안고 급히 그곳을 빠져나가 골목 구석에 그녀를 앉혀두었다. 그리고 다시 격투장 안으로 들어왔다. 한 손에는 횃불을 들고... 천천히 지하에서 부터 불을 질렀다. 먼저 그녀가 있었던 방부터 지하감옥까지... 더 이상 그녀가 이곳에 들어와 괴롭지 않도록, 그녀에게 악몽을 되살리지 않도록 차근차근 불을 질렀다. 지하에 어느 정도 불을 지르고 곧이어 사람이 없는 창고 쪽에 불을 지르고 마지막으로 페르난도의 체취가 가장 강한 방을 향했다. 화려하지만 천박하기 그지 없는 방에 횃불을 던져버리고 격투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까뜨린느를 안아들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뒷골목. 악몽만이 가득했던 그곳을 드디어 빠져나왔다.


-


"그곳에서 빠져나와서 도착한 곳이 여기야. 아마 그곳에서는 화재때문에 우리를 찾을 생각도 못하겠지."
"내가 자고 있는지 얼마나 된 거예요?"
"3일. 적당한 치료 도구도 없어서 상처를 닦아주는 것 외에는 할 수도 없었어. 그리고 깨어나면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크리처는 까뜨린느의 손을 놓고 뭔가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크리처의 손을 따라 움직이던 까뜨린느는 탁자 위의 물체를 보고 크게 놀랐다. 크리처가 보여준 건 다름 아닌 페르난도가 건네준 독약이었다.

"이....이걸 어떻게?....."

까뜨린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자신의 죄가 다시 눈 앞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혹여 자신이 크리처를 해하려고 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가 나를 버리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그녀는 눈앞이 캄캄했다. 이제서야 겨우 햇빛으로 나왔는데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기는 죽어도 싫었다. 차라리 분노한 이 사람의 손에 죽을지언정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내게 먹이려고 했지?"
"그게.... 그게.... 사실대로 말할게요.... 난...."

온몸을 벌벌 떨면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까뜨린느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던 크리처가 손을 뻗었다. 그에 까뜨린느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크리처의 손은 까뜨린느를 지나 까뜨린느의 옆에 있는 창문을 열었다. 갑자기 옆에서 부는 살랑한 바람에 슬쩍 눈을 떠 본 까뜨린느는 크리처와 눈이 마주쳤다. 까뜨린느와 눈이 마주친 크리처는 싱긋하고 웃었다. 까뜨린느가 어리둥절해있는 사이 그는 병을 집어들더니 그대로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크리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까뜨린느는 얼이 나갔지만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온기에 화들짝 놀라 크리처를 바라보았다. 까뜨린느의 손을 잡고 크리처는 입을 열었다.

"다 잊자."
"네?"
"다 잊어버리자, 지금부터. 어둠 속에 있던 기억들은 모두 여기서 던져버리고 어디로든지 떠나자. 말했잖아, 북극에 데리고 가주겠노라고. 지금도 가고 싶어?"

따뜻함이 묻어나는 깊은 눈빛에 까뜨린느는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항상 상상 속에만 있었던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햇빛 속에서 살고 싶었다. 이 사람의 눈은 그토록 바랐던 햇빛과 같아 함부로 입을 열 수 가 없었다. 행여 말 한 마디라도 했다가는 부정탈까봐... 이게 꿈이라는 듯이 눈을 뜨면 어두운 천장만이 보일 것 같아서... 덜덜 떨리는 손을 천천히 뻗어 크리처의 얼굴에 댔다. 까뜨린느의 손에 크리처는 깊게 미소를 짓고 까뜨린느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쳐 올리고 그 온기를 느꼈다.

"이거.... 꿈.... 아니죠?"

울먹거리는 까뜨린느의 목소리에 크리처는 안심을 시켜주듯 까뜨린느의 얼굴에 자신의 손을 대며 말을 이었다.

"꿈이 아니야. 여기가 이제 너의 진짜 현실이야."

다정하게 들려오는 말에 결국 까뜨린느는 크리처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갑작스러운 까뜨린느의 행동에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던 크리처는 피식하고 웃고는 까뜨린느를 감쌌다. 어둠 속에서 벗어나 서로를 안고 있는 두 사람을 햇빛이 따스하게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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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뜨린느가 크리처를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전제하에서 쓰게 된 글입니다.^^

쓰면서 느낀거지만 왠지 크리처가 굉장히 여러모로 고단수인듯한 느낌이.....<-저만 그런건가요??;;;;;

 

만일 까뜨린느가 크리처 배신 안했다면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을 듯...

크리처의 기억도 어느 정도 돌아오면 의사일도 다시 시작하고 까뜨린느는 그 옆에서 보조역할 할 것 같네요.

그러다가 크리처가 앙리의 기억 완전히 돌아와서 빅터 만나러가면 빅터가 크리처 앞에서 엉엉 울고, 무슨 상황이 전혀 판단 안되는 여성분들은 거실같은데서 모여있는다가 줄리아랑 엘렌이 귀족생활을 한 번도 접혀본 적 없어서 어리버리한 까뜨린느를 여동생마냥 잘해줄 듯.

결국 이리저리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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