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앙리] 여름감기 

 

written by. 玄月 

 

한여름의 햇살이 어두침침한 프랑켄슈타인 성을 밝게 비추었다. 뜨거운 햇살에 감싸인 성은 특유의 고즈넉한 모습을 벗어나 한 층 웅장하게 보였다. 그러나 그 안에서 들려오는 기침소리는 이런 성의 모습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앙리, 많이 안좋나?"
"괜찮네, 빅터. 오늘만 좀 쉬면 괜찮을거야."
"기침소리가 꽤 센데..."
"괜찮다니까."

방 안에서 흰 이불을 뒤집어 쓰고 콜록거리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앙리 뒤프레였다. 그 옆에 있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얼굴은 왠일인지 거만함 대신 걱정이 하나 가득했고 어울리지 않게 손에는 물수건까지 들려있었다. 앙리가 짐승도 걸리지 않는다는 여름 감기에 걸린 이유는 바로 이 사내, 빅터 프랑켄슈타인 때문이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시체의 부패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시체들이 실험을 이기지 못하고 다 타버리기 일쑤가 되어버려 룽게는 급히 얼음을 구해와 시체를 보관하는 방을 차갑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얼음이 너무 빠르게 녹았고 시체들이 얼음방을 나오는 순간 더위로 부패속도가 더욱 빨리지게 되자 빅터의 짜증이 극치에 달했고 급기야 빅터는 극약처방으로 아예 실험실마저 얼음으로 가득 채우게 되는 사태가 되어버렸다. 마침 실험실이 지하실이어서 햇빛조차 들지 않아 얼음으로 채워넣으니 금방 서늘해졌고 그제서야 빅터는 만족하며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하였다.

 

 앙리는 원래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었는데 실험실을 서늘하게 만들어버린데다가 겨울옷은 이미 철이 지나 룽게가 빅터의 본가에 갖다 놓은 상태였었다. 그래도 밖이 여름이니까 괜찮겠지하는 생각에 앙리는 실험을 진행했지만 여름옷은 너무 얇기 그지 없었고 며칠이 지나니 몸이 오슬오슬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 앙리의 상태를 파악한 룽게는 앙리를 토닥이며 조금만 참아달라고 말하고 빅터에게는 얼음을 사러 마을에 갔다오겠다고 하며 추운 방에서 밤새도록 연구하지 마시고 제발 몸 좀 챙기시라는 잔소리도 잊지 않으며 마을로 내려갔다. 그러나 룽게의 잔소리가 먹힐 만큼 빅터는 그렇게 유들유들한 사람이 아니었다. 룽게가 성을 떠나자마자 빅터는 여유롭게 햇살을 쬐고 있던 앙리를 붙들고 곧장 실험실로 내려갔다. 그리고나서는 이틀내리 잠도 안자고 실험실에 박혀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빅터와 함께 연구하느라 그 추운 곳에서 날밤을 샌 앙리가 감기에 걸리게 된 것이었다. 콜록거리는 앙리를 보며 빅터는 미안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틀동안 밤을 새고 앙리의 상태가 영 안좋아보이길래 한숨 자라고 어깨를 잡았더니 얇은 옷사이로 느껴지는 비정상적인 열기에 식겁했었다. 앙리의 얼굴을 들어올리니 그제서야 열이 올라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버텨서서 식은땀을 흘리며 가쁜 호흡을 내쉬는 앙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빅터는 너무 놀라 그대로 앙리를 들쳐안고 실험실문을 발로 차 열고 침실로 뛰어갔다. 한기가 서린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눕자마자 고열에 정신을 잃은 앙리의 모습에 빅터는 다급히 해열제를 먹이고 얼음주머니 올려주고 손발을 닦아주며 응급처치를 하였다. 다행히 열이 더 오르기 전에 응급처치를 하였기에 앙리는 하루를 꼬박 자고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앙리가 눈을 뜨고 빅터...란 한 마디를 하자마자 빅터는 그 자리에서 앙리를 품에 안고 엉엉 울었다. 갑작스러운 빅터의 울음에 앙리는 깜짝 놀라 빅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를 달래주었고 겨우 달래진 빅터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앙리는 현재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두 사람 사이를 앙리가 먼저 깼다.

"아까전에는 왜 그렇게 울었나?"
"뭐?"

물수건을 적시던  빅터는 움찔거리면서 앙리를 쳐다보았다. 빅터를 빤히 쳐다보는 앙리의 눈에 빅터는 얼굴이 확 붉어지면서 입을 열었다.

"그건 왜 물어보나?"
"궁금하니까."
"그게......그냥...."
"그냥?"
"너무 미안해서......"
".......그래, 알았네. 그나저나 날씨가 정말 덥군."

평소와 다르게 말꼬리를 늘리는 빅터의 모습에 앙리는 그저 피식하고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창밖을 보며 조근조근하게 말하는 앙리의 모습을 보며 빅터는 손에 배어있는 땀을 훔쳐냈다. 실은 앙리가 기절했을 때 빅터는 반패닉상태였다. 자신이 어떻게 앙리를 돌봤는지 기억이 없을정도로. 행여 어머니처럼 될까봐, 자신의 저주로 인해 소중한 친구마저 자신을 영영 떠나버리는 건 아닐지. 열은 내렸는데 하루가 다 되도록 눈을 뜨지 않아 혹여 자신의 응급처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나, 혹시 마을사람들이 앙리는 죽었다고 내 품에서 뺏어가지 않을까하는 온갖 안좋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불안함에 미치기 일보직전에서야 앙리가 눈을 떴을 때 앙리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목소리를 들으니 그제서야 앙리가 무사하다는 걸 깨닫고  모든 불안함을 씻을려는 듯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흘렀고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하였다. 근데 지금 막상 생각하니 창피했다. 다 큰 어른이 그렇게까지 대성통곡을 하니 누나가 보았더라면 프랑켄슈타인 가의 장손이 보기 좋지 않다고 혼이 났을 것이고 룽게가 보기라도 했으면 두고두고 놀릴만한 거리 아닌가.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에 빅터가 끙끙거리고 있는데 그 순간 앙리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자네 지금 며칠째 밤새고 있는 건가?"
"글쎄.... 한 3일 됐을텐데, 왜 그런가?"
"3일이나 날밤을 꼬박 샜다고?!"
"뭐 어떤가. 전쟁터에서 연구할 때는 5일을 연속으로 샌 적도 있는데 3일 정도야 그냥 무난한 정도지."
"이 친구가 룽게가 한 잔소리는 이미 한 쪽 귀로 흘려보냈구만. 몸 상하지 말라고 했던거 잊었나?"
"몸 상한 걸로 따지면 나보다 자네가 더 상했잖나. 자네가 다 낫기 전까지 불안해서 쉴 수나 있겠어?"

못마땅한 표정으로 빅터를 보던 앙리는 갑자기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를 옆으로 옮기며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자, 여기 눕게."
"뭐?"
"누우라고."

갑자기 누우라는 앙리의 말에 빅터의 눈이 커졌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만 보고 있는 빅터의 모습에 앙리는 빅터의 팔을 끌어당겼다.

"어서 누우라고."
"아니, 내가 왜 여기를 눕나? 난 환자가 아닌데?"
"내가 보기에는 자네도 충분히 환자야. 제대로 쉬지도 못해서 눈밑이 쾡해가지고 그 모습으로 룽게를 마중했다가는 잔소리로 끝나지는 않을 걸세."

억지로 빅터를 침대로 끌어당긴 앙리는 빅터의 몸이 침대에 올라오자 이불을 덮어주고 빅터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자, 이러면 자네도 쉬면서 내가 옆에 있으니까 덜 불안하지 않겠나?"
"그렇기야 하지만..... 이거 환자 자리를 뺏은 것 같아서 기분이 영...."
"환자인 내가 괜찮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나?"
"그래도......"
"나도 이렇게 자네 품안에 있으면 따뜻해서 좋아."

앙리의 마지막 말에 빅터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는 피식하고 웃고는 품 안에 있는 앙리를 양팔로 꼭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조금만 이대로 있겠네."
"잘 생각했어. 잘자게, 빅터."
"잘자, 앙리."

앙리의 눈이 감기고 빅터는 앙리의 머리에 얼굴을 묻었다. 따뜻한 햇살을 닮은 사내가 품 안에 있어서인지 차가운 실험실에 있었던 몸과 마음이 녹는 것만 같았다. 그래... 잠시.... 아주 잠깐만 이렇게 있어도 되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품에 안고 잠깐의 휴식정도는 취해도 될 거야.... 밝은 여름 햇살이 잠든 두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안았고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햇살을 감싸안고 편안하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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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0메이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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