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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My Love

2019. 7. 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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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앙리] 도련님2



Written by. 玄月




사각사각.


유리로 만들어진 실험도구들이 간간히 짤그락거리면서 부딪치는 소리 외에는 실험실 안에는 종이를 채우는 볼펜 소리만이 실험실을 채웠다. 실험실 안에서 가장 볕이 잘드는 곳에 위치한 책상 앞에 앉아있는 앙리의 얼굴은 밝은 바깥과는 다르게 침침했다. 이게 왠 고생이람... 앙리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화학 수식 문제를 풀어나갔다. 실험실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첫날. 빅터는 대뜸 앙리의 눈 앞에 두꺼운 책을 내밀었다. 실험을 하면서 화학의 기초도 모르면 곤란하지. 라며 빅터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앙리에게 화학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진도를 나가는 빅터에 앙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물어보고 싶어도 이미 진도는 앙리를 냅두고 혼자 저멀리 나가있었기에 앙리 스스로 나머지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수업이 끝나면 바로 그 다음날 시험을 보는데 문제는 빅터의 연구도 도와줘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놈의 도련님은 밤잠도 없는지 자정까지 연구를 진행했고 그때까지 붙들려있던 앙리는 결국 새벽에서야 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다. 커닝이라도 해볼까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의심많고 예리한 도련님의 눈을 피해서 커닝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거짓말은 용서치 않겠다는 빅터의 경고와 쫓겨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생각에 그 방법은 접은지 오래되었다.


"도련님, 다 풀었습니다."

"그래? 제시간 안에는 풀었군."


멋대로 나오는 하품을 손으로 가리면서 문제를 다 푼 앙리는 빅터에게 건내주었다. 앙리가 내준 자리에 앉은 빅터는 날카로운 눈으로 채점을 하기 시작했고 앙리는 침을 꿀꺽 삼겼다. 재시험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생각에 앙리의 손에 땀이 베어나왔고 빅터의 눈동자는 빠른 속도로 답안지를 훑었다. 그리고 마지막 답안지까지 본 빅터가 시험지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용케 다맞았군."

"정말요?"

"생각보다 늦게 내길래 몇 문제는 틀릴 줄 알았는데 제법이야."

"감사합니다."

"그럼 시험은 다 봤으니까 실험을 계속 하지."


빅터의 말에 앙리는 몰래 한숨을 쉬었다. 오늘만은 쉬면 안되겠냐고 묻고 싶었지만 벌써부터 실험도구를 가져오라는 빅터의 명령에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결국 앙리는 빅터의 명령대로 실험도구들을 가져왔고 셋팅을 하는 앙리를 보고 빅터는 앙리가 시험을 치는 동안 미리 섞어놓았던 시약들을 건내주면서 실험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입 안쪽 살을 지그시 깨물며 피곤을 참으면서 앙리는 시약들을 램프 위에 올려 가열시키기 시작했다. 시약들에 온도계를 넣어두고 멍하니 빅터가 말한 온도까지 끓어오르기를 기다리는데 넘실거리는 불꽃들을 보고있자니 눈이 스르르 감겼다. 며칠동안 밤을 새서 공부를 하다보니 조금만 정신을 놓아도 툭하면 졸기 일쑤였다. 식사를 할 때도, 샤워를 할 때도, 계획을 생각하려고 의자에 앉기만 해도 저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꾸벅거리고 있었다. 앙리는 감긴 눈을 비비고 눈에 부릅 힘을 주고 온도계를 보았지만 온도계 안에 든 빨간 수은은 올라갈 생각도 없는지 가만히 있자 앙리는 슬쩍 빅터를 보았다. 빅터는 실험일지를 적고 있는터라 이쪽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에 앙리는 슬쩍 책상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딱 5분만, 5분만 잠시 졸고 다시 평소처럼 생활하자... 그럼 괜찮을거야... 스스로를 다독이며 앙리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갔다.




"앙리!!"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앙리는 퍼뜩 눈을 떴다. 들켰나하는 생각에 빅터에게 변명이라도 하려는 순간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 앙리의 머리는 새하애졌다. 얼마나 졸았는지 시약의 온도들은 이미 빅터가 말한 온도들을 넘어 부글거리고 있었고 그 중 투명한 액체가 담긴 시약은 주변에 튀길만큼 바글바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넘칠 것 같은 액체에 앙리는 급히 주변에 있는 집게를 들어 시약컵을 잡아 내리려던 순간 가장 크게 부푼 물방울이 펑하고 터졌고 시약이 앙리의 손가락에 묻었다.


"앗, 뜨거!"


신경이 놀랄만큼 뜨거운 시약에 앙리의 손가락이 순간 집게를 놓쳐버렸고 시약컵은 챙그랑하고 날카로운 소음을 내면서 책상 위에서 깨져버렸다. 그리고 쏟아진 시약들이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앙리의 다른 한 손으로 흘렀다. 급히 손을 피했지만 이미 손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열감에 앙리가 신음을 흘리는데 불쑥 나타난 빅터의 손이 앙리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리고 급히 앙리를 끌고간 빅터는 앙리의 손 위로 찬물을 들이부었다.


"지금 제정신이야?! 실험도중에 졸다니!!"

"죄, 죄송합니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잖아!"

"정말 죄송합니다..."


빅터의 호통에 앙리는 죄송하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실험실에서 처음 일했을 때부터 빅터는 항상 위험하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이렇게 대형실수를 쳐버렸으니 앙리는 죽을 맛이었다. 혹시 실험을 망쳤다고 쫓겨나는건 아닐까,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어야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드는 앙리에 비해 빅터는 침착하게 앙리의 손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튄 시약이 물이었기에 망정이지, 위험한 시약이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뭐라 드릴 말씀이..."

"오늘 실험은 여기서 그만두지."


빅터는 램프의 불을 모두 끄고 책상에 쏟아진 물은 대충 수건으로 훔쳐 정리했다. 그 사이에 앙리는 아직 열감이 느껴지는 손에 바람을 불어 식혔다. 앙리는 당장 이 방을 나가고 싶어졌지만 빅터의 명령없이 함부로 나갈 수 없어 죄인이 된 심정으로 서있을 뿐이었다. 빅터는 실험실이 얼추 정리되자 앙리를 힐끔보더니 입을 열었다.


"따라와."

"네?"

"그런 모양새로 방에 돌아가겠다는건가?"


빅터가 턱짓으로 앙리의 손을 가리켰다. 겉은 아직 열이 올라 빨갛고 빅터가 급하게 물을 부어서인지 옷소매는 물론이고 팔꿈치 밑으로는 물을 머금어서 축축했다. 빅터는 앙리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방을 나갔고 앙리는 결국 빅터의 뒤를 따라갔다. 다행히 빅터를 따라가는 내내 사용인들은 물론이고 룽게마저 보이지 않아서 창피함을 모면하고 빅터가 문을 연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내 방."


앙리가 조용히 읊조린 말에 빅터가 대답하자 앙리는 흠칫했다. 빅터는 앙리의 반응에 신경쓰지 않고 서랍을 열고 뭔가를 뒤적거리면서 찾기 시작했고 앙리는 눈을 굴리면서 빅터의 방을 살펴보았다. 창가에는 서재에 있는 것보다는 작은 책상과 서가들이 놓여져 있었고 벽 한쪽에는 자그마한 탁자와 편안한 카우치가 있었다. 카우치의 맞은편에는 앙리가 쓰는 침대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사이즈의 침대가 위치한 걸 본 앙리는 이 방이 손님맞이용 방이 아닌 빅터가 쓰는 사적인 방이란 걸 깨달았다.


"앙리, 이쪽으로."


빅터의 말에 앙리는 정신을 차리고 카우치로 향하였다. 앙리가 카우치에 조심스럽게 앉자 빅터는 그 앞에 약과 붕대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한 앙리는 대충 약을 바르고 붕대를 둘렀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빅터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나가고 싶은 생각에 손을 빠르게 움직였지만 한 손으로 매듭을 짓는건 무리였는지 붕대가 흐물흐물했다. 바짝 마르는 입술을 축이고 다시금 매듭을 짓기 위해 붕대의 한쪽은 손에 쥐고 다른 한쪽은 입으로 물어 당겼다. 붕대가 제대로 묶인걸 확인한 앙리는 방을 나가기 위해 일어섰지만 빅터의 말이 앙리의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옷이 젖은 채로 나가려고?"

"제 방에서 갈아입겠습니다."

"갈아입을 옷이 있긴 했어? 항상 사용인들만 입고다니던 옷만 입던데."


쓸데없는데 예리하긴. 앙리가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저택에 왔을 때 입은 옷을 입으면 됩니다. 저녁에 룽게씨께 사용인 옷을 부탁해보려고요."

"그러지말고 차라리 내 옷을 입는건 어때?"

"네?!"


이게 무슨 소린가싶어 앙리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빅터는 태연하게 옷장을 열면서 말했다.


"내 취향이 아닌 옷들이 몇 벌 있으니 일단 오늘은 이걸 입어."

"아닙니다, 도련님 옷을 제가 어떻게..."

"뭐 어때. 내가 괜찮다는데."


앙리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팔에 옷을 걸어와 앙리의 앞에 내보였다. 눈앞에 보이는 화려한 옷들에 앙리는 살짝 마음이 동했다. 맨날 허름한 옷만 입고 살다가 처음으로 입어본 사용인들의 옷들도 따뜻하고 부드럽기 그지 없었는데 귀하신 도련님만 입는 옷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도둑질한 옷도 아니고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한 번쯤은 입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자, 일단 이 옷으로 입어봐."

"저.... 그럼... 오늘만..."


앙리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빅터의 옷을 품에 안았다. 보드라운 실크가 손에 감기는 느낌이 퍽 마음에 들었고 옷에도 향수를 뿌렸는지 좋은 향기가 앙리의 주변을 감싸안았다. 빅터가 알려준대로 파티션 뒤로 가서 앙리는 옷을 들어보았다. 얼핏 보았을 때도 좋다는 걸 느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까 불빛에 비춰진 옷들이 매끄러운 광택을 자랑하는게 보통 상등품이 아니었다. 내 팔자에 언제 이런 옷을 입어보겠나싶어 앙리는 젖은 제 옷을 벗어 파티션에 걸쳤다. 레이스셔츠를 입고 바지를 위에 입었다. 바지 밖으로 튀어나온 셔츠들을 쑤셔넣으면서 셔츠의 단정한 선을 살리고 베이지색의 조끼를 입었다. 허리선이 들어간 조끼였던터라 조끼는 몸에 딱 달라붙어서 저절로 각을 만들어주었다. 혹시 주름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연신 조끼의 밑단을 잡아내리고나서 갈색 라운드 수트를 걸쳤다. 수트 안으로 말려들어간 레이스를 빼내어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수트의 옷깃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앞뒤를 살피면서 눈에 확 띄는 흠이 없는지를 확인하고나서 앙리는 파티션 앞으로 나왔다.


"도련님, 갈아입었습니다."


실험일지를 읽고 있던 빅터가 고개를 들어 앙리를 보았다. 아무 말도 없이 빤히 쳐다보는 빅터에 앙리의 얼굴에 가득했던 미소가 서서히 굳어갔다. 혹시 안어울리는건가, 아니면 어디 이상하게 입은 곳이 있나, 독설이라도 좋으니 아무 말이라도 좀 해줘, 이 도련님아... 앙리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에 스치는데 피식하고 빅터가 미소를 지었다. 예상치못한 빅터의 웃음에 앙리의 머릿속은 생각이 모두 날아가고 오직 한 가지만이 남았다. 잘생긴 사람은 작게 웃기만해도 멋지구나... 앙리는 멍하니 빅터의 미소를 바라보다가 아차하고 정신을 차리고 저 웃음에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할지 생각하려는데 빅터가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꽤 어울리네."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뭔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빅터는 카우치에 기대어 앙리의 복장을 위아래 훝어보더니 뭔가가 생각났는지 서랍을 뒤지더니 하얀 레이스리본을 들고 앙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대뜸 앙리의 자켓을 벗겼다. 갑작스러운 빅터의 행동에 앙리가 놀라 뒤로 물러서려고 했지만 곧장 목에 걸리는 리본에 앙리의 행동은 무산되었다. 


"도,도련님!"

"가만히."


빅터의 명령에 앙리는 움찔거리며 행동을 멈췄다. 어정쩡한 자세로 서게된터라 앙리는 그저 빅터가 묶어주고 있는 끈에 목을 맡길 뿐이었다. 턱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손만 보기에는 어지러워 슬쩍 빅터를 보았다. 눈을 낮게 내려깔고 있던터라 긴 속눈썹이 빅터의 예쁜 눈을 살짝 가리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기 힘든데 보석처럼 예쁜 눈을 또렷하게 보지 못해서 아까운 마음에 앙리는 빅터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빅터는 그 사이에 앙리의 리본을 몇 번 풀었다묶으면서 모양을 잡아갔고 단정하게 리본이 묶이자 빅터의 눈꼬리가 가볍게 휘어지더니 그대로 눈을 들어올렸다. 빅터의 파란 눈동자가 앙리의 갈색 눈동자와 맞닿는 순간 앙리는 놀라 급히 눈을 내려깔았다. 혹시 무례하게 굴었다고 혼나는건 아닐까하고 불안해있었지만 빅터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나왔다.


"앙리, 이렇게 입으니까 꼭 도련님 같군."

"네?"


앙리의 반문에 대답하지 않고 빅터는 앙리를 데리고 전신거울의 앞에 세웠다. 앙리는 순간 거울에 비친 사람이 자신이 아닌줄 알았다. 머리색과 비슷한 갈색자켓을 입고 단정하게 선이 떨어지는 복장에다가 목에는 무도회를 가는 귀족들처럼 하얀 타이를 매고 있는 자신은 뒷골목의 사기꾼 앙리 뒤프레가 아닌 다른 사람 같았다. 앙리가 신기하단듯이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빅터는 앙리의 뒤에서 거울 속 앙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사교파티에 나가도 손색이 없을정도야."

"정말요?"

"처음보는 사람에게 나라고 해도 믿을 것 같군."

"그런 말씀 마세요. 저같은게 어찌 도련님처럼 보일 수 있겠습니까?"

"난 이런 말 함부로 하는 사람 아니야. 정말 귀족같아, 앙리."


계속되는 빅터의 칭찬에 앙리는 얼굴을 붉혔다. 솔직히 기분좋은 칭찬인지라 앙리는 들뜬 마음으로 거울 속 자신을 보았다. 하루만에 끝나는 장난이라고 할지라도 이 모습을 잊고 싶지 않았다. 손목에 달린 레이스를 나폴거리면서 제 모습을 훑어보다가 거울 속 빅터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을 바라보는 빅터의 눈은 묘한 이채를 띈 채로 제 얼굴을 보고 있었다. 거울로 반사된 눈인데도 마치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같이 강렬한 눈빛에 앙리는 저도 모르게 슬쩍 눈을 내리고 거울에서 뒤돌아섰다.


"도련님 옷은 제 옷이 준비되면 곧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니야, 그럴 필요없어. 이건 이제 자네 꺼니까."

"네?! 하지만 이건..."

"아까 말했다시피 내 취향이 아니야. 게다가..."


 빅터는 앙리의 어깨를 잡아 돌려 전신거울을 보게했다. 그리고 귓가에 가까이 다가온 빅터가 속삭였다.


"이렇게 잘 어울리잖아, 앙리."


어깨를 잡고 있던 빅터의 손이 천천히 내려오면서 앙리의 팔을 쓰다듬었다. 빅터의 손길을 따라 느껴지는 열감과 귓가에서 느껴지는 빅터의 숨결에 앙리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앙리는 굳은 채로 빅터의 눈빛과 손길에 뜨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탄탄한 몸에 앙리는 그대로 뒤로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빅터의 부드러운 손이 붕대를 감은 앙리의 손을 가볍게 스치는걸 마지막으로 빅터는 앙리에게서 떨어졌다.


"오늘은 이쯤 하지."

".......알겠습니다."

"내일은 시험이 없을테니까 편한 마음으로 푹 자도록 해."

"감사합니다."

"그럼 나가 봐."


빅터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카우치에 앉아 아까 내려놓았던 실험일지를 들어올렸다. 자신을 보고 있지 않다는걸 알면서도 앙리는 빅터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빅터의 방을 나가 제 방으로 향하였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앙리는 벽에 몸을 기대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고 얼굴은 열이 느껴질만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앙리는 제가 미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지금 계획을 위해 들어온거야... 이정도에 이렇게 떨리면 어쩌자는거지... 앙리 뒤프레, 넌 누구보다 뛰어난 사기꾼이야... 자, 진정하자... 앙리는 스스로를 다독이고 심호흡을 하면서 심장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붕대를 하지 않은 손으로 아까 빅터가 쓰다듬어 주었던 팔을 감싸안았다. 계획은 이미 조금씩 소리없이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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