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rs. Frankenstein

 

 

 

사랑하는 누님,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누님에게 마지막으로 소식을 전한 지가 너무 오래되었군요. 이 별장을 기억하십니까? 지금은 사냥 별장으로 쓰이지만 어릴 적 누님께선 저랑 자주 이 별장까지 승마 연습을 하러 오셨죠.
그래서 누님과의 추억이 가득한 이곳에서 이 편지를 쓸 수 있는 것이 너무나 기쁩니다.
가장 먼저 전해드릴 소식은 드디어 줄리아와 빅터가 결혼을 했습니다.
줄리아를 오랫 동안 기다리게 한 못된 녀석이라 반대할까 고민했지만 자식 이기는 아비는 없다고 줄리아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흐뭇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오래 전 누님께서 프랑켄슈타인 남작과 혼인을 올리시던 옛일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누님은 다른 영애들과는 많이 달랐죠. 의상과 디저트, 사교계와 춤에 관심이 많은 다른 영애들과 달리 누님께서는 유독 산학과 기계를 좋아하셨죠.
집에 새로운 시계가 오면 몰래 가져가 밤새도록 분해하고 조립하시고, 공책에는 어느 원리인지 알 수 없는 숫자와 도면들이 빼곡히 적혀져 있었죠. 사흘 밤낮으로 누님의 방에서 불이 꺼지지 않으면 이번에는 어떤 걸 만들고 계시는걸까 기대하곤 했었죠. 누님께서 웃으면서 어느 시계에서 빼낸 건지 모를 부품들로 만든 자동 인형을 선물로 주실 때면 저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마냥 기뻐했었죠.
바늘을 잡는 다른 영애와 달리 누님의 손에는 항상 연장이 들려있었고, 얼굴에는 분 대신 기름때가 묻어있어 아버님은 그런 누님을 누가 데려가나 걱정하셨지만 저는 누님의 그런 특별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제들을 만날 바에는 저랑 같이 사시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누님께서 프랑켄슈타인 남작을 선택하셨을 때 기쁘면서도 내심 걱정했습니다.
남작을 처음 만난 연회장에서 열띈 토론을 하면서 미소를 띄던 누님의 모습은 제가 처음 보던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모시러 가지 않았더라면 누님은 남작과 함께 기계와 인체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도록 하셨겠죠. 누님을 그렇게 웃게 해줄 수 있다면 누님의 특별한 모습을 이해해줄 좋은 반려가 되어줄거라는 생각과, 가진 것이라곤 작위랑 커다란 성이 전부인 남자가 누님을 고생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뒤엉켜 머릿속이 엉망이었죠. 하지만 누님은 그 사람만이 누님을 온전히 이해해준다고, 그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집을 부리셨죠. 생각해보니 줄리아의 고집이 도대체 누굴 닮은 건가 했는데 누님을 쏙 빼다박은 거였군요.
누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을 읽을 때 남작과 연구를 하는 것이 즐겁다며, 규중에서는 보기 힘든 연구 자료를 함께 보느라 어젯밤에도 함께 늦게까지 못잤다는 이야기를 보면 역시 누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걸 확인하고 안도하곤 했습니다. 누님께서 바빠 편지를 보내지 못하실 때, 간간히 들리는 소문으로 남작은 의술로, 누님께서는 본적도 없는 기상천외한 농기구로 영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존경을 받는다는 이야기와, 누님을 닮은 귀여운 딸과 남작을 닮은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잘 지내시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아버님도 나이가 들어 신의 곁으로 떠나시고 제가 슈테판 가문의 가주직을 물려받아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누님의 소식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그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 가득한 순간입니다. 바쁘더라도 누님께 편지라도 한 통 보냈더라면, 사람을 보내 영지의 상황을 살폈더라면 누님께서는 더 나은 치료를 받으셨을 것이고, 프랑켄슈타인 남작이 그리 허망하게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엘렌과 빅터는 더 나은 유년시절을 보냈을텐데 가문이 무엇이라고 혈육을 소홀히 한 게 제 죄입니다.
게다가 누님이 돌아가셨다는 슬픔에 눈이 멀어 정작 가장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것도 또 다른 죄입니다. 특히 빅터를 처음 만났을 때, 줄리아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빅터의 얼굴 위로 누님에게 손을 내밀던 남작의 얼굴이 겹쳐 누님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사내가 제 또다른 혈육을 노린다는 생각에 매몰차게 아이의 손을 걷어내버렸습니다. 놀란 엘렌의 얼굴을 마주했을 때 그제서야 제 잘못이 무엇인지 알았지만 빅터는 이미 상처를 입은 얼굴이었습니다. 줄리아도 어찌 키워야할지 몰라 어리광을 받아주는게 전부인 부족한 아비인데 두 조카를 어찌 키워야할까, 누님을 닮아 영특한 아이들인데 어떻게 해야 그 빛나는 자질을 다듬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시킬지 매일 고민이었습니다.
누님께서는 어린 제게 항상 넓은 세상을 보면서 큰 꿈을 키워야한다고 말씀하셨죠. 그래서 빅터를 작은 제네바가 아닌 유럽 제일 가는 기숙 학교로 보내 학구열을 충족시켜주고 큰 사람으로 성장시키려고 하였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때 빅터를 향한 제네바 사람들의 시선은 제가 보기에도 너무나 섬뜩했습니다. 다들 악령에 씌였는지 미신을 믿고 누님과 남작을 그렇게 살해해놓고도 자신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의 목줄을 죄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빅터가 남긴 여지가 너무나 컸습니다. 덮어버렸다간 아이들은 물론 우리 집안도 언제 어느 순간 그 광기에 휩싸일지 몰라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빅터를 벌하였고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제네바의 광기로부터 최대한 멀리 보내고자 급하게 유학을 보냈습니다. 적어도 제네바에 있는 것보다는 외국에 오래 나가 있으면서 이 광기가 사그라들 때 돌아오는게 빅터에게 좋은 방법이라 믿었습니다. 줄리아가 약혼하자고 손을 내미는데 그럼 집 생각에 빅터의 마음이 약해져서 해외 생활이 너무 힘들어질까봐 매몰차게 줄리아의 손을 잡아당겼죠. 다행히도 엘렌이 제 마음을 이해한듯이 빅터를 대신 달래주고 배웅해주니 어린 엘렌에게 짐을 떠맡긴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고마웠습니다. 동생을 보내고 홀로 남은 엘렌을 줄리아와 차별없이 제 친딸처럼 키우고자 노력했지만 제가 보인 좋지 않은 인상들이 엘렌의 마음에 남아있어 저를 어려워하기에 최대한 짐을 주지 않으려고 엘렌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자 했습니다.
엘렌은 누님을 닮아 산학에 관심이 많더군요. 어린 누님께서 가고 싶어하시던 학교에도 보내고 싶었지만 불길한 걸 보는 듯한 사람들의 눈빛에 엘렌이 상처받을까 가정교사를 들여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했습니다. 영리한 엘렌은 명색이 제네바의 관리인 제가 산학이 약해 혼자서 머리 싸매고 있으면 슬쩍 다가와 가만히 수식을 보고 있으니 잠시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다 풀려있더군요. 게다가 철없는 줄리아에게 언니 역할도, 어수선한 집안에서는 관리인 역할도 해주며 슈테판 집안에 존재하지 않는 안주인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니 제가 집안 걱정없이 제네바 시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건 모두 엘렌의 덕분입니다. 엘렌이 저를 어려워하지만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것까지 바라면 너무 큰 욕심이겠죠. 그나마 엘렌의 얼굴이 피는건 룽게의 편지가 오는 때였죠. 빅터가 학교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수석을 했다, 건강히 지낸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편지가 올 때면 엘렌은 그 편지를 몇 번이나 보곤 했었죠. 그리고 엘렌이 가장 행복해하던 때는 빅터가 전쟁터에서 돌아온다고 했을 때였습니다.
저 역시 빅터가 큰 공을 세워서 돌아온다는 말에 기뻤습니다. 이제 다 큰 어른이니 그 누구도 빅터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없을 것이고, 훈장까지 받았으니 사교계에 입성하는 귀족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처음 빅터가 들어오는데 순간 저는 오래 전 연회장에서 만났던 프랑켄슈타인 남작이 살아 돌아온 줄 알았습니다. 훤칠하고 늠름하게 성장한데다가 못보던 청년을 친구라고 데려오니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습니다. 그런데 정작 돌아와서 그런 무례를 보이니 처음에는 화가 났습니다. 빅터를 위해서 연회를 준비해준 엘렌과 줄리아의 정성도 몰라주는 것 같아 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감히 제가 자리에 있는데도 연회장 여기저기서 빅터의 유령에 대해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보니 차라리 빅터가 빨리 자리를 뜬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친구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게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따로 찾지 않았습니다. 친구랑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줄어들 때쯤 저택으로 불러 같이 지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습니다.
처음에는 빅터가 한 잘못이니 빅터가 자수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누님이라면 빅터가 한 잘못을 다른 사람이 뒤집어쓰게 두지 않았을테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헤센 가문이었습니다. 헤센 가문의 분노를 잠재우려고 했지만 용의자가 사형당하지 않는다면 가만 있지 않겠다며, 헤센 가문의 독자가 죽어 가문의 대가 끊겼으니 그 대를 끊어놓겠다고 날뛰니 겁이 났습니다. 빅터가 자수를 한다면 제가 손을 써서 빅터가 사형은 면해도 헤센 가문과의 관계는 완전히 박살날 것이고, 만일 헤센 가문이 영향력을 써서 빅터가 사형을 당하면 누님의 대가 끊기는 것은 물론이고, 엘렌과 줄리아가 얼마나 슬퍼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빅터의 자수를 묵살시켰습니다. 헤센 가문에서 불만이 있긴 했지만 저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걸 원치 않으니 수긍하고 넘어갔죠. 아직도 빅터의 외침이 귓가에 쟁쟁합니다. 친구는 무죄라며 자신이 살인자라고 애원하던 그 목소리가. 그 친구에게도 미안해서 재판관에게 죽을 때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는 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간수들에게도 마지막 가는 길에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고 편안하게 갈 수 있게 건들지 말라 했습니다. 그 친구를 다시 보면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 사형장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엘렌과 줄리아에게도 사형장 근처에는 가지도 말라고 엄명을 내리고 어찌해야 그 친구가 안식을 찾을 수 있도록 시신을 빼내 묻어줄지 고민하던 찰나 그날밤에 죽은 이는 그 친구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빅터의 충직한 시종인 룽게마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밤새도록 보이지 않던 엘렌은 다음날 비와 눈물로 엉망이 된 상태로 룽게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되물었지만 그저 울기만 할 뿐, 빅터가 어딨냐는 말에 총을 들고 나갔다고 겨우 답했었죠. 급히 성으로 향하니 룽게의 목덜미에는 짐승에게 물어뜯긴 것 같은 커다란 상처가 있었습니다. 흉악한 짐승이 숲속에 있는데 빅터가 총 한 자루만 들고 나갔다는 말에 걱정이 되어 사람을 풀었는데 빅터도 엘렌처럼 얼이 나가 그놈을 잡아야한다는 말만 중얼거리더군요.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저택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빅터는 총을 들고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버리더니 사나흘에 한번씩 돌아오더군요. 친구와 충신의 시신을 버려두고 그놈을 잡아야한다고 떠도는 빅터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시간이 더 지쳐되기 전에 엘렌과 함께 두 영원의 안식처를 마련하였습니다. 룽게는 그 충심을 생각해서 슈테판 가문 소유의 땅에 묻었고 친구는 죄인이라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에 묻으면 무덤이 어떤 해꼬지를 당할지 모르니 사람들이 발걸음을 하지 않는 프랑켄슈타인 성 근처에 엘렌이 장사를 지냈습니다. 그 사이에 빅터는 무려 3년이라는 시간동안 국경지대까지 떠돌아다녔습니다. 반쯤 체념한 저와 달리 줄리아와 엘렌은 끝까지 빅터를 믿어주었습니다. 틈틈히 빅터가 성으로 돌아오면 두 사람이 번갈아 찾아갔고 빅터는 차츰 정신을 차리고 룽게의 무덤에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엘렌이 성에 친구의 무덤을 만들어놨다고 말해줘도 빅터는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성에는 얼씬도 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그날의 슬픔은 빅터에게 누구보다 컸을테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빅터는 슈테판 저택에서 지내면서 제 일을 도와주고 줄리아와도 잘 지내면서 제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겠다고 말하는 날, 저는 누구보다 기뻤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진 줄리아의 기다림이 결실을 맺었고 훌륭하게 자란 빅터가 이제 제 뒤를 이어 슈테판과 프랑켄슈타인 가문의 가주가 되어 제 몫을 다할테니까요.
오늘 이 편지를 쓰러 다른 이들에게 사냥을 하러 왔다 말하고 별장에 온 이유는 누님께 이제 안심해도 된다고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빅터는 줄리아와 혼인을 올렸으니 걱정할 것이 없고, 이제 남은 건 엘렌입니다.
또래 영애들은 벌써 혼인을 올려 첫째 아이들이 학교를 갈 나이지만 엘렌은 아직도 미혼이라 걱정하실 수 있지만 본인도 혼인을 올리고픈 마음이 없어 보여 저도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대신 이제까지 엘렌이 한 마음고생을 보답하고 이제부터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재산 일부를 증여할 생각합니다. 이 별장 안에 따로 보관한 재산문서들은 모두 엘렌의 이름으로 되어있는 것입니다. 이 재산은 모두 엘렌이 제 곁에서 절 도와주고 고생하면서 일궈낸 자산이니 누가 뭐라할 수 없을 겁니다. 이 재산으로 엘렌이 좋아하는 산학 공부를 계속해도 좋고, 아니면 산학 실력으로 경영을 하면서 부를 축적하는 것도 좋죠. 남편이 없고 후원자인 제가 없더라도 빅터와 줄리아가 곁에서 좋은 벗이 되어줄테니 외롭지 않을 겁니다.
엘렌과 빅터는 이제 누님과 남작의 보살핌이 없어도 되는 이제 어엿한 성인이고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후일 제가 누님 곁에 가는 날, 더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고 가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눈을 감으세요. 후일 뵙겠습니다.
-사랑하는 아우 올림-


****

"빅터.. 너는 정말 사랑받았구나..."

상처투성이의 거친 손이 편지를 팔락였다. 수 년의 세월을 응축해놓은 편지는 그 세월을 보여주듯 여러 장으로 이어졌지만 따스한 내용을 바라보는 눈은 서늘하기 그지 없었다. 편지가 들려있지 않은 손이 천천히 목을 더듬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울퉁불퉁하고 거친 촉감이 느껴지자 크리처는 큭하고 비릿한 웃음을 내뱉고 손 안의 편지가 와득 구겨졌다. 크리처의 눈이 천천히 움직여 책상 위의 또다른 서류 뭉치로 향하였다. 상자 안에 빼곡히 들어있는 문서에는 슈테판 가문의 재산들이 속속이 적혀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엘렌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상자는 슈테판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상자를 준비해왔는지를 보여주듯이 낡은 티가 났었다. 오늘 밤은 모두가 행복해야할 밤이었다. 빅터는 줄리아와 혼인을 올렸고, 엘렌은 재산을 상속받아 자신의 자유를 찾을 것이고, 슈테판은 수년동안 지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 자신의 행복은 누가 찾아줄 것인가. 누가 자신을 이런 지옥 속에 던져놓았는가. 그 죄를 짓고도 용서받길 바란다면 그건 기만이었다. 이 행복의 열쇠들은 모두 빅터에게 절망을 선사해줄 좋은 선물들이 될 것이었다. 크리처는 손에 든 편지를 난로 속으로 던져넣었다. 화륵하고 불씨가 튀면서 화염은 편지를 삼켰고 검은 재가 되어가는 편지를 보던 크리처는 난롯가를 장식한 사냥용 단도를 손에 쥐고 뒤를 돌았다. 넘어진 책상 의자 옆에는 정신을 잃은 슈테판은 누워있었고, 그 곁에는 마찬가지로 정신을 잃은 엘렌 프랑켄슈타인이 누워있었다. 크리처는 상자에서 재산 문서 두어장을 꺼내 엘렌의 손에 쥐어주었고 슈테판의 곁에 섰다. 3년 전 그 날, 고통없이 단번에 죽게 해준 보답을 해드릴 것이었다. 사랑하는 누님의 곁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하시기를. 크리처의 손에 들린 단도가 순식간에 내려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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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0메이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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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펙터 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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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 COOK COUNTY JAIL

2021. 7. 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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